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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줄줄이… 공기업 개혁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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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줄줄이… 공기업 개혁 '퇴색'

입력
2008.08.08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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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하반기 공기업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호언했다. 국민여론도 ‘신이 내린 직장’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공기업 개혁은 충분한 명분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명분을 정부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다.

정부여당은 공기업 선진화를 통폐합이나 민영화 등 하드웨어적 대수술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관장이나 임원을 낙하산 인사로 채울 경우 공기업 개혁은 탄력을 잃을 수 있다. 내부 기득권세력에 저항할 명분을 주고 구조조정을 추진할 내부 동력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은 집권하자마자 전 정권에서 임명한 공기업 기관장들의 사퇴를 강요하더니 그 자리를 대선 공신들이나 4ㆍ9 총선의 낙천ㆍ낙선자들로 채우고 있다. 전용학 전 한나라당 의원이 6일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임명돼 “총선 낙선에 대한 위로”라는 뒷말이 나왔다. 최근 임명된 엄홍우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대선 때 이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농업인 모임의 공동 대표 출신이다.

임명 당시 전문성 논란이 일었던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후보의 대구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토지공사의 이종상 사장은 현대건설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도시계획국장을 지냈다. 강경호 철도공사 사장,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이이재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 등도 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다.

한국농촌공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마사회 등에도 홍문표 정형근 김광원 권오을 전 의원 등 친이명박계 낙선ㆍ낙천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공기업 감사는 기관장처럼 주목받지 않으면서 혜택은 많아 ‘꽃보직’으로 불린다. 여기에도 정치권 인사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기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이들이 제대로 감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 때 낙천된 이성권 전 한나라당 의원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감사에 임명됐다. 최근 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정광윤씨는 권철현 주일대사의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역시 낙천된 바 있다. 김주완 한국전력기술 신임 감사는 이 대통령의 대전 대선선대위 대변인과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냈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참여정부 낙하산 인사 조사특위’를 구성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거세게 비판했었다. 정권이 바뀌자 자신들이 비판하던 일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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