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가 보여주는 서민 경제의 현실도 온통 잿빛이다. 가계의 생활 형편은 환란 이후 가장 힘들어졌고, 앞으로도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피부로 느끼는 ‘체감’불황정도는 통계지표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심리가 얼어붙으면 경제의 온도는 더 떨어지는 법. 경기기대심리 악화는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기흐름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전망조사 결과 6개월 뒤의 경기와 생활 형편, 소비 지출 전망을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는 거의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전달보다 2.2포인트 하락한 84.6. 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면서 2000년 12월(81.6) 이후 가장 낮았다. 상당수 가계가 앞으로 살림살이가 훨씬 더 어려워질 거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상황이 더 나빴다.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경우 소비자기대지수가 87.6으로 전달보다 1.8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계는 81.1로 한달 새 3.5포인트나 추락했다. 소득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 구간의 가계 역시 82.3으로 하락폭(2.5포인트)이 비교적 컸다.
6개월 전과 비교해 지금의 가계 형편을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지수 역시 전달보다 2.1포인트 낮아지며 59.2에 그쳤다. 환란 직후인 1998년 12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가계의 재무 상태도 악화일로다. 1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가계수입을 보여주는 가계수입평가지수가 89.3으로 전달(92.3)보다 크게 하락했다. 지수가 100을 밑돈다는 건 1년 전보다 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소득이 줄어든 가계(30.3%)가 늘어난 가계(15.4%)의 두 배에 육박했다.
줄어든 소득은 빚으로 메웠다. 6개월 전보다 빚이 더 증가한 가계가 20.2%로, 저축이 늘어난 가계(10.4%)보다 훨씬 많았다. 자산 가치도 5월을 정점으로 내리막이다. 주택, 토지, 금융상품의 가치가 모두 떨어졌다. 특히 증시 하락 속에서 주식과 채권 가치는 전달 76.1에서 지난달 61.4로 급락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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