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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레이버(Ola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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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레이버(Olabor)'

입력
2008.08.0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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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로 소문난 어느 가구점 주인이 며느리를 찾는다고 하자, 제법 많은 규수들이 응모했다. 그런데 이들 신부감을 만나본 주인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한 이웃이 이유를 묻자 대답이 이랬다. “가구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 우리 식구가 되려면 우선 기운이 세야 합니다. 그러나 기운 세다고 밥을 많이 먹으면 남는 게 없으니 적게 먹어야지요.” 이 경영우화 속의 주인은 어떻게 됐을까. 끝내 구하지 못해 불평만 늘어놓거나, 아니면 생각을 바꿔 잘 먹고 기운도 센 얻어 가업을 더욱 키웠을 것이다.>

▦ 기자 생활과 대기업 임원을 거쳐 현재 서울과 제주에서 지방 학생들의 취업능력 향상을 위한 아카데미를 3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재경씨가 최근 펴낸 <나에게 꼭 맞는 직업선택의 기술> 에 나오는 얘기다. 제목만 보면 그렇고 그런 실용서 중의 하나로 비치지만, ‘30여년 간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체득한 암묵지(暗默知)’에 근거한 서씨의 접근은 색다르고 창의적이다. 글로벌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시대의 젊은이들이 갖춰야 할 지식과 소양을 강조하는 것 이상으로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인재 채용 및 관리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이런 맥락에서 그는 이른바 ‘오레이버(Olabor)’ 개념의 도입을 제안한다. Owner(소유자)와 Labor(근로자)를 합성해 만든 이 용어는 배당권을 갖는 근로자, 즉 배당근로자를 뜻한다. 앞의 우화를 예로 들면, 유능하고 열성적인 며느리를 들여 집안을 키우려면 밥도 많이 먹이고 대우도 잘해 주라는 것이다. 값싼 비숙련 근로자 10명보다 값비싼 숙련노동자 5명이 더 큰 성과를 낸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물론 이 개념은 아직 거칠고 다분히 이상적이다. 기업의 협조와 정부의 지원 없이는 실현되기도 어렵다. 이 개념의 묘미는 이 같은 역설에 있다.

▦ <한국인, 당신의 미래> 를 쓴 오종남 전 통계청장은 몇 년 전 저출산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가중되고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두명의 자녀를 낳아 애지중지 키운 부모부터 자식의 중소기업 취업을 반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취업준비생이 60만 명을 훌쩍 넘어 공식 실업자(78만명)에 근접하는 현실은 오씨의 예견이 기우가 아니고 서씨의 처방이 하나의 대안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는 돈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다양한 인센티브로 노동시장을 재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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