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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연주 사장의 착각과 오기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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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연주 사장의 착각과 오기와 반발

입력
2008.08.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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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신 싸움을 선택했다. 정연주 KBS 사장은 감사원의 해임 요구를 ‘부당하며 위법’이라면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KBS 이사회가 해임안을 의결하면 역시 법정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5일은 감사원 치욕의 날’ ‘KBS 이사회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

그가 내세운 명분은 ‘방송의 독립성’이었다. 정부가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음모를 갖고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고 항변했다. 이번 감사원 특별감사 역시 정치적 표적 감사인데다, 부실경영을 과장하고 인재발탁을 인사전횡으로 왜곡한 엉터리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KBS는 좋은 프로그램과 공정한 보도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온갖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역시 개인적 욕심이 아니라,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의 책무라는 것이다. 그가 감사원 결과에 반발해 어제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는 착각과 오기가 가득했다. 자신이야말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경영에서도 성공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렇게 당당하다면 왜 지금까지 감사원의 조사나 검찰의 소환에 계속 응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KBS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했다면 왜 그 동안 대통령 탄핵방송 등 편파시비가 끊이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공영방송은 일반 기업과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적자를 봐도, 그것이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생각까지 서슴없이 드러냈다.

그의 주장대로 정부의 KBS에 대한 조치들이 억지이고, 그 속에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것이 자신의 정당성까지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다. 모든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변명만 늘어놓기에 앞서, 정 사장 자신이 낙하산 코드 인사가 아니었는지, KBS를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공영방송이 정권의 소유물일 수 없듯이, 특정 색깔과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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