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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취임 6개월 김한중 연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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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취임 6개월 김한중 연세대 총장

입력
2008.08.0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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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의대 교수 출신이다.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교수가 아닌, 예방의학 전공 학자다. 그는 동료 교수들 사이에서 "의사 같지 않은 의사"로 불린다.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고 왕성하게 대내외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총장에 도전했다가 한차례 실패한 '전력'도 있다. 자신을 "총장 재수생"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김 총장이 취임한 지도 6개월이 됐다. 그는 요즘 대학 자율화, 특히 입시 자율화에 잔뜩 주목하고 있다.

김 총장은 "대학이 학생을 자유롭게 선발하지 못하는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 말고는 없다"고 단언했다. 학생선발권을 100% 대학으로 넘기라는 주문이다. 그는 "대학의 건립 이념과 맞지 않는 사학법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도 했다. 개정 사학법이 학교 운영에 족쇄가 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학 자율화가 화두인데, 대학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정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나.

"사실 대학 자율화는 과거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시도됐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대학입시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이관한 부분을 가시적인 성과로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 개별 대학 입장에서는 큰 변화로 보이지 않는다. 대학에서 학생 선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사회주의 국가 말고는 없다. 국내 대학의 80%는 사립대학이다. 사회주의 국가나 유럽 대학이 거의 공립이고, 우리나라는 사학임에도 자신들이 가르쳐야 할 학생들을 마음대로 뽑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산적한 교육 현안들은 대학 자율화를 통해 해결해야 옳다. 올해가 대학 자율화 원년인데,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대학 자율화의 핵심은 곧 입시 자율화라고 요약할 수 있을 텐데, 대학이 원하는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는 의미인가.

"연세대를 비롯해 모든 대학이 10여년 전부터 입학처를 만들어 (우수학생들을 뽑기 위한) 여러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대학이 학생선발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이른바 '대입 3불(고교등급제ㆍ본고사ㆍ기여입학제 금지) 정책' 때문이다. 3불 정책은 대학이 학생선발 과정에서 기형적인 방법들을 찾게 만들고 있다.

입시제도를 복잡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3불 정책을 없애 입시를 단순화시켜야 한다. 고교등급제를 보자. 고교등급제는 학교간 등급을 매기는 게 아니라, 고교 특성을 입시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학풍이 개인의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정부 당국도 인정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 학교선택권제가 실시돼 정착된다면,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교 특성이 상당 부분 반영되는 체제가 구축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고교등급제 금지 정책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일종의 본고사에 의해 입학 정원의 절반 정도를 뽑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 문제도 그렇다. 학생부에 의한 평가는 어릴 때부터 옆 친구와의 경쟁만을 가르치는 것이다. 부당하다. 공부 잘하는 학교의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마땅하다. 학생부로 학생을 평가하려면 학생부에 학교 특성이 당연히 반영돼야 한다."

- 대학들이 재정난 해결을 위해 경쟁적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연세대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갖고 있는 복안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학에 투자되는 외부 재원의 규모가 커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재원에 비해 등록금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기금만 30조원이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와 대학 교육에 투자되는 국가 지원금액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다.

실탄만 충분히 확보되면 대학 경쟁력 강화는 우리도 자신 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준과 교수들의 연구력은 지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연세대는 올해 사립대 중에서는 등록금 인상률이 8.5%로 가장 높았다. 학생들의 이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연세대는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등록금 투쟁이 있었고, 등록금을 올렸다가 다시 돌려주기를 반복했다. 2005년에는 고려대와 이화여대보다 학생 1인당 등록금이 연평균 100만원 정도 싼 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미국 대학의 4분의 1 수준이다. 교수들의 보수는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차이가 거의 없다.

자연계열은 미국 대학의 50~75% 수준이다. 세계화로 우수 교수를 영입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교수 유출에 대비하려면 교수 대우도 높여야 한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건비는 높아질수 밖에 없다. 외국 대학에 비해 등록금은 25% 수준이지만 인건비는 거의 비슷하게 지출되면 대학 발전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

- 새 정부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 육성을 위해 지원규모만 1,600억원 이상인 'WCU(World Class University)사업'을 추진하자 각 대학이 우수 교수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일찌감치 WCU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안다. WCU는 외국의 저명한 교수를 초빙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사업이다. 취지가 좋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추진하다 보니 사전준비가 없었던 대학으로서는 고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 발표 이후 준비한 대학은 짧은 시간 내에 외국 저명 교수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WCU사업의 한 유형은 외국 교수가 4개월을 한국에 체류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향후 일정이 꽉 차있는 유명 교수를 초빙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통섭이나 융합 관련 학과 등 새로 생기는 학과는 교수들의 소속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겨 교수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가령 나노메디컬학과를 만든다면 의대, 공대, 이과대 교수 중 소속이 바뀌는 교수가 나올 텐데, 임상 교수들이 소속을 바꾸면 환자를 볼 수 없다. WCU사업 지원 대학을 확정하기 전에 이런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 개정 사학법에 대한 사립대의 불만이 여전한 것 같다. 연세대도 정관 개정을 하지 않고 있는 대학이다. 사학법 현안은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사학법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법이다. 교단과 학교 내외부에서 모두 11명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연세대는 공익법인 형태를 띠고 있다. 사실상 개방형 이사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사학법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다. 연세대의 경우 교단 몫의 이사가 가장 먼저 임기가 끝났다.

그런데 개정 사학법을 적용하면 교단 몫 이사는 아예 배제된다. 대학평의원회 추천 인사를 넣으라는 것인데, 이는 학교 설립 정신과 기본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사립대 총장들은 대학 운영과 관련된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교무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사안을 학생, 교수, 직원, 동문들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에서 다시 심의하는, 그런 비효율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학운영이 제대로 되겠는가. 국공립대는 쏙 빼고 사립대에만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명시한 것도 모순이다."

- 연세대 송도캠퍼스 조성에 많은 대학들이 주목하고 있다. 걸림돌은 없나.

"모든 사안에는 늘 찬성하고 비판하는 그룹이 있다. 송도캠퍼스 문제도 최종 해결까지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송도캠퍼스에 대한 특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 송도캠퍼스 조성은 연세대 측에서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라 인천시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연세대는 수동적으로 끌려갔다고 보는 편이 맞다. 송도캠퍼스는 새로운 정원을 배정받는 지방캠퍼스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다. 정부 규제로 1명의 증원도 허용되지 않는다. 양 캠퍼스 운용 비용은 급증하겠지만 대학 수입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판에 '특혜'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연세대는 이 사안 때문에 내홍에 빠져 있다. 내부적으로 심한 반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사업은 10년이나 20년 뒤를 보면 대학을 위해 꼭 필요하다. 다만 지금 서울에 있는 교수와 학생들로서는 강제로 지방으로 가라고 하면 선뜻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재검토는 안한다. 이미 물건너 갔다. 송도캠퍼스 조성은 긴 안목으로 미래를 떠올릴 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 예정대로 2010년 송도캠퍼스 개교는 가능한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현재 중앙 정부에서는 실시계획 승인을 내주지 않은 상태다. 지금 공사를 시작해도 2010년 완전 개교는 물리적으로 힘들다. 적은 숫자라도 2010년 부분 개교는 할 것이다. 빨리 실시계획 승인이 나야 그나마 부분개교가 가능하다.

송도는 아직 황량하다. 지금 이곳에서 근무를 하라고 하면 아무도 안할 것이다. 송도캠퍼스는 10년 정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문제다."

약 력

▲ 1948년 서울생

▲ 연세대 의대 졸

▲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보건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 대통령자문 의료발전특별위원회 위원,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

▲ 연세대 부총장

대담= 김진각 사회부 차장 정리= 윤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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