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시위대 양측 모두에서 '강경파'가 망신을 당했다.
촛불시위 강경 진압론을 주도했던 '경찰 강경파'와 경찰에 맞서 시위의 강도를 높이자고 주장했던 '촛불 강경파'가 비상식적인 계획과 주장을 각각 내놓았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당초 입장을 철회하는 수모를 겪었다.
경찰 내부에서 대표적 강경파로 통하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6일 촛불집회 참가자를 검거한 경찰관에게 검거 건수별로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불과 4시간 만에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서울경찰청은 김 청장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전 검거자가 구속되면 붙잡은 경찰관에게 5만원, 불구속이나 훈방의 경우 2만원을 건별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부정적 여론이 있으나, 신임 청장이 지시한 만큼 반드시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서 '무차별 연행으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 '시위대가 사냥감이냐'는 등의 비난이 빗발치고, 경찰청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방침'이라는 반응을 보이자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태도를 180도 바꿔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건별 포상금 대신 마일리지 점수를 줘서 일정 점수 이상을 딴 경찰관에 대해서만 표창이나 상품권 등을 지급키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 주변에서는 "김 청장이 서울경찰청장 부임 이후 처음 맞은 5일 촛불시위를 성공적으로 진압한 뒤, 자신감이 지나쳐 무리수를 두다 체면을 구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열렬한 촛불집회 참가자인 이른바 '촛빠'사이에서도 일부 극렬 강경파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에 대해 욕설과 함께 험악한 대응을 주장했다가, 몇 시간만에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6일 오전 한 시민이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대책회의를 죽이러 가실 분 종각에서 모이자'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전날 시위에서 150여명이 연행되는 등 경찰의 강경 대응에 밀려 촛불 시위대가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인 것은 대책회의가 잘못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오후 3시 종각역에 무장하고 모여 대책회의 지도부가 농성 중인 조계사로 쳐들어 가자고 주장했다.
이 글이 인터넷에 오르자 순식간에 2만여명이 조회하고, 2,0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격려성 댓글보다는 '뾰족한 대안도 없이 분열만 초래한다'는 비난이 잇따르자 문제의 글을 올린 시민이 오후 2시께 '지나치게 흥분했다'며 사과했다. 이 시민의 글은 온라인에서는 호응을 얻었지만 현실세계의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나 오후 3시께 종각역에 나온 사람도 단 한명에 불과했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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