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이 호황을 구가하며 유럽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독일의 성장세가 확 꺾였다. 독일 경제가 침체 국면에 돌입했다는 암울한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독일의 2분기 실질 성장률이 1분기 대비 마이너스 1%를 기록할 것이라고 독일 언론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마이너스 0.5% 수준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보다 2배 정도 나빠진 것이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5% 성장해 최근 12년간 최고를 기록한 데다 1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마이너스 1%는 경착륙에 가까운 충격적인 수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1분기 성장률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독일 경제의 불길한 징조는 이미 지표상으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대표적인 경기실사 지표인 기업 영업환경 지수가 최근 3년 내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각종 경제지표는 ‘후퇴’ 일색이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지난 2년 동안의 지속적 성장을 끝내고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에 돌입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더크 슈마커는 “마이너스 1%라는 수치는 독일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지적했고, 모건스탠리의 엘가 바슈도 “올해 성장률을 2.3%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하락세가 이어지면 2%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주 전 “독일 경제가 앞으로 힘든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성장률 둔화 원인으로는 세계 1위 수출국으로 대외 변수에 민감한 독일 경제가 유로화 강세, 미국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심화 등 쏟아지는 악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유럽 2위 경제국인 영국의 2분기 성장률이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인 0.2%에 그쳐 유럽 경제가 전반적으로 후퇴 국면에 진입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각국마다 차이를 보이던 유럽 경제가 고유가와 미국 금융위기로 모두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치권은 벌써부터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와 감세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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