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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스코리아/ KOREAN Envoy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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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스코리아/ KOREAN Envoy를 꿈꾼다

입력
2008.08.0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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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08 미스코리아 문화교류 행사에 나타난 응웬 티 빙 전 국가 부주석이 나온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항불 독립 운동가이자 여성 공산당을 대표하던 그의 입에서 '베트남이 미스유니버스대회를 유치한 걸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에 다시 한번 놀랐죠."

한국일보 베트남 특파원으로 사이공 패망을 마지막까지 지켜본 최후의 한국 기자였던 안병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의 말이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정치적 편협성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는 안 이사장은 "일단 나 자신이 미인대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실제로 100여명이 넘는 베트남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7월 16일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열린 2008 미스코리아 한복 패션쇼 및 문화 공연 행사는 21세기 미스코리아의 지향점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 일대 도전이었다.

베트남의 주요 일간지 및 방송사, 인터넷 매체를 아울러 100여 곳이 보도 경쟁에 나선 이번 행사는 국교 정상화 16주년을 맞이한 한국과 베트남 양국 사이의 최대 문화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2008 미스코리아 후보 51명은 '관직 없는 대사' '평화의 친선 사절'이라는 관습적 호칭에 현실감을 부여하며, 한국의 전통미와 현대적 미인상을 알렸다.

미스코리아에 대한 재발견은 12일 베트남 호치민과 16일 하노이에서 2회에 걸쳐 열린 행사에 이어 8월 1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야제를 통해서 계속됐다.

이날 행사는 베트남 행사를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어 조선시대 반가 및 궁중의 여성 복식을 한자리에서 선보인 한복 패션쇼와 이어진 문화 공연 행사에서 51명의 미스코리아 후보들은 뮤지컬 댄스, 기악 연주, 성악, 발레 및 전통무용, 플라맹고, 합창을 선보인 자리.

정재계 및 문화계 인사와 주한 외교사절 등 400여명의 참석자들은 "미스코리아가 예전과 참 많이 달라졌다." "왜 이 시대에도 미스코리아가 여전히 유효한지 알게 됐다"는 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날의 이벤트만이 행사 초대장에 명시된 'Korean Envoys for Peace, Environment, Children'(평화, 환경, 어린이를 위한 한국을 대표하는 사절)'이라는 21세기 미스코리아의 새로운 슬로건을 구체화하기 위한 출발점은 아니었다.

이미 미스코리아후보들은 2006년부터 중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 내몽고 자치구 쿠부치 사막에 나무를 심어 '녹색장벽'을 구축하는 '한중미래숲'의 홍보대사로 활동해 왔고 2007년 7월 19일에는 후보 전원이 현장을 방문 식수 활동을 벌였다.

아울러 같은 해 4월에는 한국의 에베레스트 초등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스코리아 미 박희정과 한국일보 미 김수현이 고도 5,000에 달하는 베이스 캠프를 방문 남서벽에 코리안 신루트를 개척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던 산악인 박영석씨와 등반대를 격려하기도 했다.

아울러 90년대 초반 고현정, 염정아, 김성령 등을 필두로 연예계 두드러졌던 미스코리아들의 연예계 진출도 각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리더 배출로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

한의사로 다이어트 식품 사업가로 변신한 93년 미스서울 선 김소형씨를 비롯해 올해초 원광대에서 화장품 성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97년 미스코리아 미 정은주씨, 장학금을 받으며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콜럼비아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2002년 미스코리아 진 금나나씨에 이르기까지 미스코리아의 각계 진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하버드대 아동심릭학교 교수인 댄 킨들런이 명명한 '알파걸'의 등장으로 표현할 정도. 알파걸은 남녀 평등을 주창한 페미니스트들과 달리 이미 그 벽을 넘어서,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미모와 지성, 재능을 갖춘 여성 리더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같은 변화는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계속되며, 흔히 '안티 미스코리아'라고 지칭되는 소수 여성 운동가들의 저항에 대한 '응전'의 성격도 띄고 있다.

99년부터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를 개최한 일부 페미니즘 운동가들은 '미스코리아가 여성을 상품화 한다'는 빈약한 논리로 72년부터 계속되어온 미스코리아 본선 선발대회 지상파 중계의 중단을 이끌어냈다. 정치적 논리로 52년을 이어온 전 국민적 축제를 손쉽게 재단해 버린 것.

'성형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미용 대국'이라는 국가적 야망으로 꿈틀거리고 있으며 여성의 상품화를 넘어 남성의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첨단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의 현실을 비춰볼 때 이들의 논리 빈약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아울러 소수의 정치적 견해가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 대회를 공중파를 통해 편히 접하기를 원하는 다수 국민들의 시청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드러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일시의 난관에도 아름다워지려는 인간 본연의 열망에 최선을 다하고, 당당하고 능력 있는 여성으로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가지 과제를 최단시간 내에 해결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국제적으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절'의 임무를 부여 받고자 하는 한국 여성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쉰 두 해를 맞이하는 2008 미스코리아 본선대회의 막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늘 또 다시 화려한 막을 올린다.

■ 국제 미인대회 그 도전의 역사

'이번 대회에서 미인 대표들을 통해서 그 나라의 전통과 생활 환경, 정서생활의 척도를 짚어 볼 수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씨는 1958년 8월 25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기고 '육체보다 정서의 미-세계미인선발 대회에 대한 나의 소감'을 통해 이렇게 적고 있다. 1957년 5월 1일 '응모 앞으로 10일'이란 사고를 내고 미스코리아 선발을 알린 지 1년 3개월만의 일이었다.

한국일보사는 첫 대회에서 당시 23세로 KNA 항공에 근무 중이던 박현옥씨를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 한 뒤 이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롱비치에서 열린 제6회 미스유니버스대회에 출전 시켰다. 노라노의 기고는 최초의 국제 미인대회 한국 후보였던 박씨의 도전을 수행원 자격으로 함께 했던 기록.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오늘 날까지 국제 미인대회의 한국 대표를 선발한다는 공공적 목적에서 시작된 미스코리아 대회의 본질은 변치 않았다. 1959년 미스코리아 진 오현주씨는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인기상과 스피치상을 받았고 62년 미스코리아 진 서범주씨는 6위, 이듬해에는 김명자씨가 5위에 오르는 등 출발은 순조로웠다.

산업화로 인해 한국의 국력이 상승하고 한국일보사가 1980년 미스유니버스대회를 서울에서 유치하면서 국제미인대회에서 미스코리아의 선전은 더욱 가속화됐다.

1987년 미스코리아 진 장윤정이 이듬해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가 2위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데 이어 92년에는 염정아(91년 선)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스인터내셔널 3위에 입상했다. 이 같은 성과는 2007년 이하늬(2006 진)가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4위에 입상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런 한국 대표 미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전무한 상태. 미스유니버스 대회나 미스 월드가 전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생방송되며 수 십 조원에 달하는 미용 및 여성 관련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의 고급 문화를 대표하는 나라로 국가 이미지를 포장하는데 성공한 일본과 달리 6.25 전쟁과 독재, 경제 발전이라는 건조하고 딱딱한 이미지 이외에는 별다른 인상을 아직까지 세계인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제 미인대회 수상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

대중 문화를 통해 '한류' 바람을 아시아에 전역에 일으키는데 성공한 나라로써 미인대회 수상은, '아름다운 나라'로서의 이미지 포지셔닝을 가능케 해주는 첫 단 추가 될 수 있다.

2007년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포토제닉상, 민속의상상 등을 거머쥐며 1위가 점쳐졌던 이하늬가 대회 공식 후원사인 일본의 진주 업체인 미키모토 등의 영향력 등으로 미스 재팬 모리 리요에게 밀려 4위에 그친 사례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준다.

이하늬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 무대는 도요타가, 왕관은 미키모토가 협찬해서 만드는 상황에서 그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며 "월드컵이나 올림픽 대회 못지않게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는 짧은 시간에 한국의 고유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임에도 이에 대한 국가적 전략적 접근과 지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하늬는 "가족과 한국일보 직원을 포함해 10명밖에 안 되는 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무대에 섰을 때 솔직히 외로웠어요. 다른 나라들은 몇 주전부터 자국 후보를 알리기 위한 행사를 열고, 대회 후에도 후보를 위해서 파티를 열어줄 정도였으니까요. 조그만 관심이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해요."라며 국민적인 성원을 기대했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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