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연일 정연주 KBS 사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이유는 뭘까. 여야 모두가 향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할 언론 정책들을 둘러싼 전초전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 사장의 거취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나라당은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당연히 재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에겐 정 사장의 퇴진이 사실상의 당론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들은 정 사장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KBS 사장의 임기를 법에 명시했다는 게 핵심 논거다.
법 준수라는 원칙적 측면에서는 야권의 주장이 타당성을 가진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정 사장의 부실경영과 인사권 남용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와 감사원의 특별감사,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발언 등을 통해 정 사장에게 직ㆍ간접적으로 사퇴를 종용해 왔다.
이에 대해 야권은 “정부 여당이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한나라당은 “국가기관의 적법행위”라고 반박한다.
양측은 공히 ‘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 한나라당은 정 사장을 사퇴시키지 못할 경우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신문ㆍ방송 겸업 허용, MBC와 KBS 2TV 등의 민영화, 인터넷 규제 강화 등의 각종 언론 정책들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 사장이 한나라당에 불리한 방송을 주도했다는 불신의 골도 깊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정 사장이 중도하차할 경우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위기감에 쌓여 있다. 기본적으로는 언론장악 음모로 규정한 이명박 정부의 각종 언론 정책을 제어하기 어려워지고, 중장기적으로는 각종 정책 현안을 둘러싼 여론전에서 지극히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정 사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7일 KBS 임시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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