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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TV납량물 '전통적 공포 vs 내 안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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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TV납량물 '전통적 공포 vs 내 안의 공포'

입력
2008.08.05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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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 시청자들은 어떤 공포물을 원할까. 손 짚고 뒤로 8회전, 쇠를 자르는 듯 귀를 거스르는 특수효과음, 딸꾹질이라도 멎게 하려는 듯 툭 튀어나오는 귀신. 1990년대까지 안방극장을 뒤흔들던 이 같은 공포 코드는 아직 유효한 것일까.

다른 분야에선 복고가 트렌드지만 유독 납량특집물은 과거로의 회귀를 용납하지 않는 듯한데. 9년 만에 돌아온 KBS <전설의 고향> 과 케이블방송 tvN의 인기 공포물 <엑소시스트> 를 통해 올여름 TV 공포물의 모습을 살펴본다.

■ 익숙한 소재, 새로운 접근 - 전설의 고향

6일부터 한 달간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55분 안방을 찾아갈 KBS 2TV의 <전설의 고향> 은 시청자들에게 수십년 동안 익숙했던 '으스스한' 스토리의 단막극 형태이다.

제작진은 "<전설의 고향> 은 한국적 공포물의 전형으로 검증된 여름 킬러 콘텐츠이며 해학과 풍자, 교훈과 미담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오랜만에 돌아온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설명한다.

<전설의 고향> 은 가장 전통적인 공포물 소재인 구미호를 첫 방송일인 6일 다시 끄집어낸다. 시청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소재이기에 제작진은 현대적 해석을 위해 구미호의 피가 섞인 후손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설정한다.

구미호 역을 맡은 박민영은 "인간적인 면이 많이 드러나고 겉모습도 여우 가면과 백발이 특징인 기존 구미호와 완전히 다른 색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 말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전형으로 박혀있는 공포물 이미지로부터 벗어나려 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구미호'에 이어 방송되는 '아가야 청산가자'는 무속신앙이라는 전통문화를 소재로 애끓는 모정을 다루고, '오구도령'은 한국적 퇴마사의 무용담을 소개한다. 역시 '구미호' 처럼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기대된다.

일단 <전설의 고향> 은 전설의 이야기 구조에 기대지만 시청자들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해 소름을 돋게 하는 가장 전통적인 공포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서양영화의 좀비들을 연상케 하는 '오구도령'의 물귀신들이나 아이를 잃은 여인의 한이 서린 '아가야 청산가자'의 섬뜩한 귀신들, 섹시한 외모의 구미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추리극을 보듯 진행되는 스토리, 미스터리의 코드들이 눈높아진 2008년의 공포 마니아들을 자극한다.

■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공포 - 엑소시스트

언제부터인가 공포물이 시시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이유는 시청자들이 그 두려움의 대상이 너무나 멀리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다.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인 시청률 3%대를 넘은 <엑소시스트> (수요일 자정 방영)는 일상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공포를 손대지 않고 그대로 안방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색다른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엑소시스트> 에는 빙의로 인해 삶을 잃어버린 이웃의 이야기, 4명의 가족이 차례로 죽어나간 흉가 이야기, 도로변에 출몰하는 처녀귀신과 퇴마사들의 스토리 등이 등장한다.

특별한 조명이나 소품, 분장이 동원되지 않고 재연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이 나와 다큐멘터리와 같이 프로그램을 풀어간다. 시청자의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한 인위적 장치라고는 카메라 나이트비전 정도다.

연출자 이길수 피디는 "볼거리가 넘치는 요즘, 이 프로그램은 '공포물이다'라고 알려주고 들어가는 걸 시청자들은 싫어한다. 그들은 음악과 조명으로 이 장면은 무섭다고 표현하면 채널을 돌린다.

대신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이웃의 이야기에서 공포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촬영 중에 갑자기 구경하던 사람의 몸에 귀신이 들어가고, 그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제작진의 카메라 앵글을 보면 공포 드라마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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