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웅은 소통을 원한다… 8집 싱글 'MOAI'로 보는 서태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웅은 소통을 원한다… 8집 싱글 'MOAI'로 보는 서태지

입력
2008.08.05 04:16
0 0

한국에서 서태지처럼 다양한 시각으로 평가받는 인물도 드물다. 그는 음반 시장을 구원할 ‘영웅’,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전략가’, 혹은 많은 팬들의 ‘지도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서태지는 늘 이슈의 주인공이 된다. 그에 대한 관점에 따라 해석의 틀이 달라지면서 다양한 이슈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가 여전히 대중음악계를 바꿀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그의 신곡이 대중적인지 실험적인지 논쟁하고, 그가 대중음악 시장을 선도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4곡에 1만원이 넘는 싱글 CD 가격을 이슈로 삼는다.

미스터리 서클과 UFO를 제작하는 그의 대형 마케팅이 내실없는 쇼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서태지의 싱글 <모아이(moai)> 는 서태지에 대한 모든 수식어를 지웠을 때 더 흥미롭다.

의 일렉트로니카적 성향은 서태지가 1집의 ‘환상속의 그대’를 리믹스하면서 시작된 것이었고, 박자를 극단적으로 쪼개는 ‘드릴 앤 베이스’ 사운드는 7집의 ‘live wire’에서 보여준 것이다. 또한 리듬과 폭발적인 록 사운드가 이어지는 ‘T'IKT'AK’은 전작 ‘F.M Business'의 연장선상이다.

카멜레온 같은 장르 변화를 통해 ‘신선하다’와 ‘서구 장르의 모방’이라는 극단의 반응을 얻은 서태지에게 는 드물게 한 뮤지션으로서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이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서태지가 변화 대신 ‘서태지 음악’의 깊이를 더한 결과로 보인다. 타이틀 곡 ‘MOAI'가 대표적인 예. ‘MOAI’는 서태지의 목소리와 드럼과 건반 등이 중심이 된 실제 연주, 그리고 컴퓨터로 만든 리듬을 3층 건축물처럼 쌓는다.

그리고 곡을 이끄는 것은 멜로디가 아니라 일반적인 대중음악에서 가장 밑에 깔리는 리듬이다. 마치 간단한 시나리오를 화려하게 연출하는 영화감독처럼, 멜로디를 구간마다 잘게 쪼개 계속 변화하는 ‘MOAI’의 리듬은 음역 폭이 넓지 않은 서태지의 멜로디를 스펙타클하게 재탄생시킨다.

곡의 시작과 끝이 간단한 전자음의 배열로 수미상관을 보여주는 두번째 곡‘HUMAN DREAM’은 이를 보다 록 적으로 풀어냈다. 결과물은 대중적이지만, 그 과정은 실험적이다. 또한 록 사운드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T'IKT'AK’처럼, 단지 좌ㆍ우 스테레오 뿐만 아니라 전ㆍ후까지 고려한 사운드의 녹음은 그의 앨범 중 최고 수준이다.

이런 편집증적인 사운드 실험은 역설적으로 그가 어떤 ‘감성’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보여준다. 장르적인 특징들이 사라지고, 정교한 사운드가 서태지 식의 전개 방식을 통해 멜로디에 담긴 감정을 최대한 세밀하게 설명하면서 영웅이나 전략가가 아닌 서태지 한 개인의 감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자신의 컴백 스페셜 방송 제목을 ‘북공고 1학년 1반 25번 서태지’라 칭하며 음악적 열정에 불타 오르던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는 대중적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한다. 이는 상업적인 정점을 지나 연륜을 더하는 뮤지션들의 길이기도 하다.

물론 서태지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앞으로 나올 또 한 장의 싱글과 정규 앨범의 발매 뒤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서태지 자신과 대중, 그리고 팬들이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기 음악에 차분히 깊이를 더하는 ‘뮤지션’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