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미 파라과이 주재대사가 이임을 앞두고 발표한 현지어 음반이 대히트를 치고 있다.
지난 2일 파라과이 대사를 끝으로 사실상 38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감한 제임스 케이슨(63)이 토착언어 과라니어로 녹음해 7월에 출반한 앨범 <약속의 땅(campo jurado)> CD가 2,000장 이상 팔려나가 밀리언셀러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약속의>
4일 AP 통신 인터넷판에 따르면 케이슨 전 대사의 CD가 관심을 모으면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그의 노래 장면이 등장할 정도로 화제를 낳고 있다. 케이슨은 국무부에 들어간 이래 쿠바 주재 이익대표부 대표(대사급)를 비롯해 자메이카, 온두라스 등 라틴아메리카에서 대부분을 근무한 베테랑 외교관이다. 2005년 12월 파라과이 대사로 부임한 그는 3년6개월 동안 난해하기로 유명한 과라니어에 도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라니어는 파라과이 이외 지역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 언어로 케이슨의 레코딩 음반은 현지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의 큰 주목을 받아 특히 라디오 방송이 연일 틀고 있다.
그의 CD 인기가 높아지자 의회에서 좌파 의원들이 문제를 삼고 나섰다. 도밍고 라이노 상원의원은 케이슨의 ‘끔찍한 발음’이 과라니어를 난도질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즉각 인터넷 사이트에는 케이슨의 노래를 옹호하는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때문에 상원은 일부 좌파 의원들 주도로 추진된 비난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부결시켰다.
케이슨은 “많은 파라과이인들이 60대인 내가 제일 습득하기 힘들다는 과라니어를 배우겠다는 열의를 보인데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외지인이 자신들의 문화를 이해하려 한 게 그들이 그토록 내 CD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라며 “외국인도 좋아하는데 이번엔 우리도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에서 파라과이인이 전통음악에 새로 관심을 돌리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뿌듯해 했다.
케이슨은 CD 판매 수익금 전액을 영어를 배우려는 현지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아순시온을 떠나기 전 케이슨은 9월 말 퇴직 후 장래에 대해 “더 이상 일이 주어지지 않으면 마이애미에서 선창에 앉아 낚시 미끼를 팔던가 아니면 파라과이 밴드에 섞여 과라니어로 노래를 부르겠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밝혔다. 케이슨은 자신의 과라니어 앨범을 미국에 내놓고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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