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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여성복 '오브제' 디자이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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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여성복 '오브제' 디자이너들

입력
2008.08.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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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정동에 위치한 SK네트웍스 산하 여성복 브랜드 ‘오브제’ 사옥. 오후 2시, 찜통 더위속에 디자이너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바쁘게 움직인다. 제 시간에 샘플을 맞추지 못하면 올 겨울 메인 아이템으로 잡은 의상들이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 조차 없이 샘플 의상을 들고 7층에 위치한 디자인실까지 헐레벌떡 뛰어올라간다.

‘우아한 세계’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속내를 들여다본 여성복 디자이너들의 세계는 긴장과 고생의 연속이었다. 시즌 몇 개월 전부터 미리 디자인 컨셉트를 설정하고 의상을 제작해야만 한다. 여름에 겨울 옷을 생각해야 하고 겨울에 여름 옷을 고민해야 하는 게 그들의 직업병이다. 이경은(40)오브제 수석 디자이너, 채진숙(36) 오즈 세컨 책임 디자이너, 이중명(39) 하니와이(Hanii Y) 차석 디자이너를 통해 의류디자이너들의 꿈과 열정, 애환을 들어봤다.

이경은 수석 디자이너는 “내 의도와는 달리 옷이 제작됐을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놓는다. “상품을 디자인해서 매장에 나가기 까지 스케치, 샘플, 상품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요. 그런데 스케치 한 것과 실제 의상이 다르게 만들어 졌을 때는 속상해요. 자식과 같은 존재인 옷들인데 오죽 하겠어요.”

채 책임 디자이너는 여성복 디자이너를 생선장수에 비유하며 제철에 맞는 옷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고충을 전했다. 그는 “하는 일이 생선 장수와 똑 같다”며 “생선이 신선함이 중요하듯이 여성복도 시즌을 못 맞추면 바로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수석 디자이너는 “평소 옷은 사람이 입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존 오브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자신의 철학을 가미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구호, 한섬, 빈폴 등 다양한 여성복 브랜드를 거쳐 올 2월 오브제에 합류한 그는 기존 오브제 컨셉트를 대폭 변화시켰다.

그는 “오브제 하면 공주옷이 연상될 정도로 화려하고 실제 생활과 거리가 먼 듯한 느낌을 줬다”며 “오브제의 옷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절제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컨셉트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 디자이너의 손끝을 거쳐 오브제는 생활속의 여성복 브랜드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 책임 디자이너도 오즈세컨의 이미지를 더욱 젊고 발랄하게 변화시켰다. 2000년부터 오브제에서 일해온 그는 “쉽고, 논다는 생각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고 있다”며 “”디자이너 본인들이 입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생각을 디자인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에서 출발해 올 봄과 여름 유행을 주도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입는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연분홍, 연노랑 등의 컬러 티셔츠를 만들었고, 이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히트를 치며, 동대문 등에서 복사본이 나돌기도 했다는 것이다.

오브제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밀고 있는 하니와이의 이 차석 디자이너는 “자연스럽고 편한 옷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아이보리, 브라운 등의 색감을 디자인에 꾸준하게 적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성공한 여성복 디자이너지만 그들 역시 어릴 때부터 디자이너를 꿈꾸며 실력을 키워왔다. 이 수석 디자이너는 의류학을 전공했지만 손재주가 부족해 처음에 고생을 했다. 그는 디자이너를 하며 오히려 실력이 늘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채 책임 디자이너는 순수미술을 전공해 기본기를 다졌다. 이 차석 디자이너는 영어학과를 졸업했지만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어 그림이나 만들기를 좋아했고 패션디자이너를 하던 친언니 친구를 만나고부터 꿈이 바뀌었다.

그녀들의 가정생활은 어떻까. 아직 미혼인 이 차석 디자이너를 제외하곤 남편의 외조가 뒷받침하고 있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야근은 기본이고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 수석 디자이너는 “남편이 일에 대해 이해를 많이 해준다”며 “가정에선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일 뿐”이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채 책임 디자이너 역시 남편의 도움이 지금의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라고 털어놓았다.

미혼인 이 차석 디자이너의 꿈은 크다. 하니와이를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복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미국 뉴욕, 홍콩, 런던 등 전 세계 패션 도시에 매장이 진출해 있으며, 향후 전세계 도시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이다. 그는 “하니와이가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 여성복 브랜드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뉴욕 등 전세계 도시 여성들이 즐겨 입을 수 있는 옷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많은 여성湧?선망하는 여성복 디자이너. 전문 디자이너들과의 대화를 통해 살짝 엿본 그들의 세계는 역시 치열했다. 일에 대한 고충도, 삶에 대한 애환도 느껴졌다. 미래에 대한 꿈과 가족들의 사랑이 그 치열한 전쟁을 기쁘게 치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유인호 기자 사진=신상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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