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값이 껑충 치솟더니, 이번엔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정성 들여 지어도 미분양만 쌓여간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선다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아 조만간 가시적 조치가 나올 것 같지도 않다. 동료들 사이에선 ‘호시절 다 갔다’, ‘한동안 어깨 펴기 힘들겠다’, ‘다른 직장 알아 봐야 하나’라는 말도 나돈다. 요즘 건설사 직원들의 이야기다.
경영 여건 악화로 어깨가 축 처진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건설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로 뮤지컬 관람, 자녀초청 행사, 미술관 관람 등 가족과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애사심을 고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달 23~31일 임직원 및 ‘e-편한세상’ 입주고객 자녀 500여명을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으로 초청해 ‘오렌지 아트스쿨’을 열었다. 도슨트(전시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음반 컬렉션전이 열리고 있는 미술관을 둘러본 뒤 자녀들이 직접 음반 자켓을 만들어 보는 자리로, 저녁 만찬을 겸한 작품 발표회로 이어졌다.
대림산업 측은 “서울에 가족을 두고 지방 현장에 홀로 있는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며 “많은 가장들이 ‘회사가 체면을 세워줬다’며 더 다양한 가족 행사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건설은 최근 본사와 현장 임직원 자녀 150여명을 대상으로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에서 1박2일 일정의 ‘꾸러기 캠프’를 열었다. 게임을 통해 용돈 관리법, 경제상식 등을 배우는 꿈나무 경제교실과 자연생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단순히 즐기고 노는 행사에서 벗어나 자녀들에게 경제 개념을 정립해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호응이 좋았다”며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끼리만 즐기던 맥주 파티를 가족까지 참여하는 문화공연 행사로 바꾼 곳도 있다. 매달 ‘해피아워(Happy hour)’라는 맥주 파티 이벤트를 열었던 한라건설은 최근 직원 가족들을 배려한 문화행사로 컨셉트를 바꿔 연극ㆍ뮤지컬 등 공연을 단체 관람하고 있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로 바꿨더니 직원들이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한화건설은 ‘팀별 사진 공모전’을 통해 임직원간 유대를 돈독히 하고 있고, 우림건설은 매달 직원 가족에게 회사의 정을 담은 도서를 전달하고 있다.
행복찾기 신경정신과 이창한 원장은 “회사가 가족들까지 챙겨주는 이벤트를 자주 열면 직원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사기가 올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임직원 ‘기 살리기’는 결국 회사를 살리는 우회전술인 셈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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