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추구 동기를 확대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소외된 빈곤을 추방하자.”
한달여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자선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빌 게이츠가 31일 자신이 주창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의 구체적 비전을 시사주간 타임에 기고했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그가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이를 주제로 강연 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기고에서 그는 추상적 원칙에 머물렀던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과 목표를 보다 구체화하고, 그간 실제적 성과를 상세히 소개했다.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 혜택의 확산을 극대화해서 소외된 계층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느냐”로 요약된다. 게이츠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기업들이 앞장서 새로운 ‘빈곤층 시장’을 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전세계 소득 하위 3분의 2의 구매력이 무려 5조달러에 달하지만, 기업들은 타성에 젖어 저소득층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케냐 무선전화 시장에서 성공한 영국 보다폰의 사례를 제시했다.
2000년 진출 당시 보다폰은 무선전화 사용자를 최대 40만명 정도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1,000만명에 달한다. 이런 성공은 통화료를 기존 분단위에서 초단위로 세분화해 이용부담을 경감한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무선전화의 보급으로 케냐 사람들은 결제와 송금을 무선전화로 사용하는 등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같은 차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대의 컴퓨터를 한 학급 50명 학생이 공유하는 기술, 문맹자도 손쉽게 컴퓨터를 다룰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이 아무리 원가절감에 노력해도 빈곤층이 구입할 수 없는 의약품 같은 경우에는 소비자와 해당 기업 근로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선진국 소비자들이 원가 이하로라도 적극적으로 빈곤층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거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이런 기업에 우선 취업하려 한다면 기업들은 장기적 이익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빈곤층에게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는 논리다.
아일랜드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가 추진하고 있는 ‘RED’(기업 이윤 일부를 에이즈 퇴치기금으로 돌리는 운동) 참여 기업들의 평판이 좋아지면서 매출이 느는 것 등이 이런 예이다.
정부는 기업에 빈곤퇴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말라리아 같은 빈곤국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저렴하게 개발ㆍ공급하는 제약사에게 그 대가로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검증절차를 우선 처리해 주는 제도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렇게 되면 제약사들은 선진국에서 높은 이윤을 올릴 수 있는 신약을 한발 앞서 시판하기 위해,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저렴한 약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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