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내리기 보다 올리기가 훨씬 어렵다. 이자소득에 의존하는 극소수 계층을 제외하곤 모두가 높은 금리보다는 낮은 금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엔 더욱 그렇다. 대출 받아 집을 산 개인들,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ㆍ영세기업들, 설령 대기업이라도 높은 금리가 좋을 리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데 금리까지 오르면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아우성들이다.
물론 낮은 금리가 물가에 독약이란 사실은 다 안다. 하지만 당장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입장에서, 인플레이션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기야 ‘모두의 문제’인 인플레보다는 ‘내 문제’인 금리가 훨씬 크고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지상정. 대출을 쓰고 있는 당사자 입장에선 물가 1% 오르는 것 보다 금리 1% 오르는 게 훨씬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중앙은행의 일(금리결정)이 힘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의 한 핵심당국자는 “금리를 올릴 때 느끼는 심적 부담과 직ㆍ간접적 저항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금주엔 공교롭게도 미국과 한국에서 하루 간격으로 금리결정 회의가 열린다. 5일(한국시간 6일 새벽) 개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7일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다. 양국 중앙은행 모두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기준금리를 묶어 둬야 할 지 올려야 할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시장관측으론 공격적 금리인하행진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은 미국의 경우 ‘동결’이 우세하다고 한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도 지금쯤은 마음을 정했을 것이다. 과연 3%대로 떨어질 성장과 6%대를 눈 앞에 둔 물가 중에서 어느 쪽에 방점을 찍을지. 역대 한국은행 수장 가운데 최고의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fighter)’로 꼽히는 이 총재가 그 명성답게 이번 만큼은 금리인상 카드를 뽑을 지, 아니면 최근의 유가하락을 주시하며 한 두 달 더 지켜보자고 할 지. 금리인상은 워낙 저항이 큰 터라 마음속으론 쉬운 길(동결)의 유혹을 받고 있을 텐데,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금통위 결정결과가 나올 목요일 오전이 기다려진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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