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人文)올림픽. 베이징 올림픽을 감상하는 3대 키워드 중의 하나다. 인류문화의 원류를 자처하는 중국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문화대국 지존의 모습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중화민족의 부흥을 세계 만방에 알리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를 표방하는 올림픽의 개막은 아직 100여 시간 남아있지만 중국 문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인문 올림픽은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일찌감치 개장 테이프를 끊고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수도박물관은 10월7일까지 '중국 기억-5,000년 문명전'을 개최한다. 전국 55개 박물관에서 엄선한 유물 169건을 전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물은 태양신을 새긴 석조상. 기원전 5,800~4,700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조상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신석기인들의 태양신 숭배사상을 보여주는 증거로 평가 받고 있다.
기원전 1세기 한나라대의 유물인 마왕퇴 한묘(漢墓) 1호분에서 발굴된 T자 모양의 비단 그림(T形帛畵)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각 지역의 대표 유물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 따라서 중국 언론들은 이번 전시회를 '박물관들의 총출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 문화를 이야기 하는데 진시황의 병마용이 빠질 수 없다. 섬서 박물관측은 병마용 5기를 올림픽 전시센터에 내놓는다. 이들 진품 병마용은 올림픽 기간 내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자금성(紫禁城)내 황제의 공식 집무실 태화전(太和殿)을 비롯해 태화문(太和門), 신무문(神武門) 등이 보수 공사를 끝내고 개방됐다. 태화전은 현존하는 중국 최대의 목조 건축물. 그 동안 각종 보수공사로 '반쪽'만 보여주던 자금성이 이제 온전히 속살마저 드러내놓고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무려 3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관광지도 있다. 원명원(圓明園) 호수 주위에 만들어진 인공 섬 구주(九州)구역이 바로 그곳. 1860년 제2차 아편전쟁때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의 침공으로 불탄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원명원은 중국 전통 건축물과 유럽식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져 동양의 베르사이유로 일컬어지고 있다.
100여년 전 베이징의 대표적 상업 지구였던 전문대가(前門大街)도 복원돼 올림픽개막 직전에 개방된다. 중국 당국은 전문대가에 중국의 전통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베이징의 과거와 현재를 접목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공자를 기념하는 공묘(孔廟)와 원~명~청 3대에 거쳐 국립대학 역할을 수행한 국자감(國子監) 거리도 보수 공사를 마치고 새 얼굴로 단장했다. 공묘에는 원~명~청대 과거에 합격한 진사(進士) 5만여명의 이름을 새긴 비석 198개가 세워져 있다.
베이징=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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