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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든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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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든 브라운

입력
2008.08.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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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유럽 대학가의 질풍노도 시기였던 1968년부터 70년대 중반까지 고향 에딘버러를 대표하는 좌파 대학생 정치가로 명성을 날렸다. 에딘버러대학 시절 학생신문 <스튜던트> 편집인으로 대학당국을 공격하는 선봉에 섰으며 <레드 페이퍼> 라는 진보적 신문을 창간해 차세대 정치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라이벌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당시 옥스포드대에서 ‘흉흉한 소문(Ugly Rumours)’이라는 록 밴드를 이끌던 모던 보이였다. 한 대학 동창생은 그에 대해 “대학 시절 여학생 꽁무니나 좇던 파티꾼같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브라운과 블레어는 83년 나란히 하원의원에 선출되면서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브라운은 보좌관과 여비서도 없는 비좁은 사무실에서 자료를 수북하게 쌓아놓고 일 속에 파묻혀 지냈다. 블레어는 책상을 깨끗하게 정돈한 채 깔끔한 모습으로 앉아 소송 의뢰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변호사처럼 보여 뚜렷이 대비됐다. 브라운이 노동당의 각종 위원회에 빠짐없이 나가 인상깊은 보고서를 남기면서 차세대주자 이미지를 굳혀가는 동안 블레어는 브라운이 끙끙거리며 만든 자료를 갖고 인상적인 연설을 하면서 미디어형 정치가로 주목 받았다.

▦블레어가 97년 정권을 잡은 후 지난해까지 10년간 장기집권하는 동안 브라운은 재무장관을 맡아 영국경제의 부활을 이끌었다. 중앙은행의 독립과 규제 완화로 런던을 세계 최고의 국제 금융중심지로 키웠다. 연평균 2.7% 성장으로 장기 호황의 신화도 일궜다. 블레어처럼 카리스마와 뛰어난 언변은 없지만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철의 재무상(iron chancellor)’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블레어가 총리직을 물려 주겠다는 약속을 번번이 어겨 속상했지만, 블레어의 인기가 급락하면서 지난해 6월 염원하던 총리직을 이어받았다.

▦준비된 총리로 기대를 모은 브라운은 잇단 실정과 경기침체로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면서 취임 1년 1개월 만에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저소득층 세금 인상으로 민심 이반을 초래한 데다, 이들을 달래기 위한 포퓰리즘식 감세정책도 불신을 받고 있다. 취임 수개월 만에 인사실패와 정책 혼선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이명박 대통령도 브라운 총리와 비슷하다. 민심의 강물은 리더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언제든지 전복시킬 수 있다. 정치인은 국민을 ‘유혹’해야 생존한다. 이 대통령도 국민을 다시금 개혁의 협력자로 만들기 위한 유혹의 전략부터 배워야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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