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배드민턴연맹(IBF) 세계랭킹 상위권은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덴마크, 영국 등 유럽세의 약진이 돋보이긴 하지만 철옹성 같은 ‘아시아 파워’를 뚫기엔 역부족이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남자복식 20위에 자리한 성조기는 분명 뜻밖이다.
뉴욕 타임스는 1일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 배드민턴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하워드 바흐(29)-밥 말레이동(27) 조를 소개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말레이동의 사연을 조명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말레이동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공산정권의 통치 아래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라오스가 그의 조국이다.
말레이동의 가족 중 그의 누나 메리가 가장 먼저 미국땅을 밟았다. 메리는 18세이던 1980년 당국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태국, 필리핀을 거쳐 11개월 만에 미국에 안착했다. 가난을 피해 도망쳐왔지만, 미국에서의 삶도 고단하긴 마찬가지였다. 요양원, 공장 등을 전전하며 하루 12~15시간씩 10여년 동안을 꼬박 일에만 매달렸다. 아홉 살이던 90년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말레이동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누나의 이를 악문 노동 덕이었다.
취미로 배드민턴을 즐기던 말레이동이 선수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열 네 살 무렵. 말레이동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올림픽 훈련 센터에 들어가면서 운동과 학업, 노동을 병행했다. 학비와 운동비용을 벌기 위해 접시 닦기, 매장 카운터, 제빵까지 닥치는 대로 해치웠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메이저리그 간판 슬러거 데이비드 오티즈(보스턴 레드삭스)와 TV 광고에도 출연하고 ‘꿈의 무대’인 올림픽까지 밟게 됐지만, 말레이동의 가슴 한 구석엔 크나큰 짐이 자리하고 있다. 고향에 두고 온 다섯 남매 때문이다. 말레이동은 “라오스에서 고생하고 있을 가족들 때문에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승리를 안고 꼭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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