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학
지금 내 뺨을 예민하게 스쳐 지나간 것은 어느 어여쁜 열매의 향기인가. 버드나무인가. 풍금 소리인가. 고목(古木)의 느린 호흡과 香을 간직하고 있는 자만이, 죄 없는 아가의 눈망울을 닮은 저 아가씨를 볼 수 있다. 작은 버드나무의 내음, 바람이 전하는 노래 속에서 거역할 수 없는, 배신할 수 없는 큰 눈 끔벅이는 소리를 보았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1974년 서울 출생 ▦1996년 <작가세계> 통해 등단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박인환문학상 수상 광대> 어머니가> 작가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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