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화 글ㆍ유기훈 그림/을파소 발행ㆍ144쪽ㆍ9,000원
달콤한 방학의 끝에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악동 같은 존재는 밀린 일기다.
초등학교 4학년인 나미가 겪게 되는 엄청난 경험의 발단도 밀린 일기쓰기였다. 개학 하루를 앞두고 한달 치를 몰아 쓴 일기장을 제출한 나미는 ‘매일매일 성실하게 일기를 썼다’는 이유로 학년대표 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하나도 즐겁기 않다. 자신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못내 부담스럽고 ‘거짓말’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뜨끔하기만 하다. ‘나는 성실하지 못했어. 정직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어’ 자책을 거듭하던 나미.
선생님께 고백할까하다가도 “모두에게 거짓말쟁이가 되느니 나한테만 거짓말쟁이가 되는 게 나아”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밤을 지샌다. 결국 나미는 비책 하나를 떠올리는데… 그것은 ‘가짜를 진짜로 만들기’다. 나미는 일기장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기로 하고 아빠의 구두도 닦아주고, 엄마의 식사준비도 도와주며, 지나가던 길 잃은 강아지도 치료해준다.
허나 이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 나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을 말하기가 어려워져서 거짓말쟁이는 점점 더 큰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양심의 가책을 완전히 떨칠 수 있는 궁극적 해결수단은 용기를 내 고백하는 일. 묵인하겠다는 선생님의 암시에도 불구하고 나미는 스스로 아이들 앞에서 고해성사한다. 부끄러움에 울음을 터뜨리는 나미. 하지만 그는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난다.
작은 거짓말이 쌓여 큰 거짓말로 이어지는 과정, 이익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함으로써 치러야 할 대가, 진실을 마주함으로써 얻는 자유의 기쁨 등을 짜임새 있는 구성과 생동감 있는 언어로 보여줌으로써 책은 상투어가 되기 쉬운 ‘정직’의 가치를 설득력 있게 계몽한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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