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홉스봄 / 까치
1914년 8월 4일,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전쟁에 휘말려 들어갔다. 제1차 세계대전의 확전이었다. 에릭 홉스봄(91)은 <극단의 시대> 를 이때부터 시작한다.“평화는 ‘1914년 이전’을 의미했고 1914년 이후에는 더 이상 평화라는 이름에 값할 만한 것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그는 썼다. 극단의>
‘자유주의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생존해 있는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 홉스봄은 20세기는 1900년(또는 1901년)이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부터 시작됐고, 1999년(또는 2000년)이 아니라 소련이 붕괴한 1991년에 끝났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단기(短期) 20세기’라는 시대구분이다.
홉스봄은 단기 20세기를 다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면서 31년간의 세계전쟁이 벌어졌던 파국의 시대(1914~1945), 자본주의의 전례없는 번영과 그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문화적 변동이 일어났던 황금시대(1945~1973), 현실사회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위기, 그리고 부국과 빈국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 산사태의 시대(1973~1991)로 나눈다.
아무리 뛰어난 역사학자라도 통사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 시기가 자신이 살고 있는 당대인 경우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점에서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가 ‘20세기의 자서전’으로 불리는 것은 적절한 비유 같다. 구순을 넘긴 홉스봄은 자신이 이름붙인 극단의 시대를 거의 전 시기에 걸쳐 살며 직접 체험하고, 그 오류를 경고해 온 행동하는 역사학자다. 극단의>
무엇보다 홉스봄이 보는 20세기는 “과거가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린 세상”이다. 그런 표현으로 홉스봄은 인류의 몰역사성, 거기 따른 실패의 대가를 경고하고 있다.그는 “세상이 끝나는 소리는 쾅 하는 소리가 아니라 흐느끼는 소리이다”라는 엘리엇의 말을 인용한다.
“미래는 더욱 낫고, 더욱 정의로우며, 더욱 활력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자. 구(舊) 세기는 좋게 끝나지 않았다.세계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