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데니스 플레거씨 부부는 아칸소주 벤톤빌 외곽의 고급 주택가 폭스보로에 위치한 방 4개짜리 주택에 살고 있다. 이 마을에 위치한 28채의 주택 중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단 두 집. 하지만 12월이 되면 이들 부부마저 마을을 떠나 마을에는 단 한 집만 남는다.
최근 실직한 플레거씨 부부는 부동산 개발자가 주택 판매 촉진을 위해 1년 무료 거주권을 내걸고 벌인 이벤트에 당첨돼 지난해 12월부터 공짜로 이 집에 살고 있을 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국 주택경기 침체로 새로 지은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서 거주자가 거의 없는 유령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경기 거품이 꺼진 이후 플레거씨의 동네처럼 사람이 사는 집보다 팔리지 않아 비어있는 집이 더 많은 주택단지가 속출하는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남부,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등 한때 부동산이 호황이었던 곳에서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연구소인 젤먼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미국 내 비어있는 집의 비율은 4.8%로 최근 33년 중 최고치다. 미국주택건설업협회(NAHB)는 지난해 주택 개발업체의 15~20%가 사업을 그만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령마을 거주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외로움 외에도 다양하다. 빈 집에서 욕실 용품, 주방 가전제품, 구리선 등을 뜯어가려 도둑이 들끓는다. 황폐한 환경은 더 큰 문제다. 건축이 중단된 빈집은 흉물스러운 폐가로 변하곤 한다. 개발업자의 도산으로 청소, 가로등 수리, 쓰레기 수거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벤톤빌 인근 투스카니라는 개발지 내 주택에 사는 캐롤 트리스씨는 4,800평방피트(약 446㎡) 크기의 주택을 단 5만7,000달러에 구입했다. 원래 이탈리아 풍의 고급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현재 단 5채의 주택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두 채 뿐이다.
그는 WSJ에 “집 근처는 벌판과 같아서 아이들이 축구경기장보다 넓은 곳을 뛰어다닌다”며 “뒷마당에 앉아 그 광활한 땅이 다 우리 소유지인 양 여기며 살고 있다”고 자조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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