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 고화질(HD) 방송의 실시간 재전송을 놓고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가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방송은 즉각 재전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케이블TV는 현실을 무시한 부당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지상파방송 콘텐츠료 지불 여부를 놓고 쌓여온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한번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재전송에 대해 제 값을 받겠다는 지상파방송의 의지가 강함에도 케이블TV가 이를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않아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 지상파 "디지털 전송 중단하라"
지상파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는 '디지털 케이블TV의 신규 가입자들에 대한 지상파 재전송을 중단하고 그 결과를 25일까지 알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한국케이블TV협회에 18일 보냈다.
케이블TV의 지상파 HD방송 재전송은 지상파방송사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케이블TV가입 1,500만 가구 중 150만 가구가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를 받고 있다.
방송협회는 케이블TV의 HD방송 재전송 중지를 위해선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박상호 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케이블TV가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지상파 HD방송 재전송을 토대로 5,000원 하던 수신료를 1만5,000원까지 올렸다"며 "지상파 HD방송을 이용해 장사를 하고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비용을 지상파방송사에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콘텐츠료를 지불 할 수 없다면 재전송은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또 "케이블TV측서 주장하는 난시청 해소 운운은 HD방송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아날로그 방송 때는 재전송이 묵인됐지만 HD방송은 사정이 다르다"고 못박았다. 현재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일부 지상파방송사의 HD방송 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에 대해서만 콘텐츠료를 지불하고 있다.
■ 케이블TV "보편적 방송서비스"
케이블TV협회는 "충분한 내부 검토가 필요해 다음달 8일까지 요청사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유보적인 내용의 공문을 25일 방송협회에 발송했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가 지상파방송의 난시청 해소와 광고수익 증대에 기여한 점은 무시하고 케이블TV의 불법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진경 케이블TV협회 홍보팀장은 "아날로그방송의 재전송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HD방송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케이블TV 자체 HD채널만도 8개이므로 지상파 HD방송을 토대로 수익을 올린다는 지적도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케이블TV업계는 방송협회가 재전송 중단을 지렛대 삼아 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 등에 대한 콘텐츠료 인상을 도모하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가을 정식으로 서비스되는 IPTV(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한 TV방송)와의 콘텐츠 제공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케이블TV업계엔 최근 모 지상파방송사가 주요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 VOD서비스 제공과 HD방송 재송신을 대가로 연간 1,000억원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김진경 팀장은 "수신료의 20% 가량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돌아가고 있는 데 재전송료를 내게 되면 그 중 상당부분을 지상파방송이 차지하게 된다"며 "PP의 콘텐츠 생산력이 떨어지고 케이블TV산업 전체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