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유명 베스트셀러까지 포함된 ‘불온서적’ 목록을 만든 뒤 군내 반입을 차단토록 각 군에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31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상희 장관 지시에 따라 최근 육ㆍ해ㆍ공군에 불온서적 반입 차단 대책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국방부는 공문에서 “불온서적 무단 반입시 장병의 정신전력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를 지시하니 적극 시행하라”면서 북한 찬양, 반정부ㆍ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권의 목록을 첨부했다.
하지만 서적 중 상당수가 베스트셀러나 양서(良書)에 해당한다. ‘반정부ㆍ반미’ 서적으로 분류된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지난해 10만 부 이상 팔렸다.
무역 및 산업정책 등 경제 각 분야에 대한 신자유주의 관점을 제시한 후 이 관점을 비판하고 실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최근 탐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속학자 주강현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는 대학 교양수업 교재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국방부에서는 ‘북한 찬양’ 서적으로 판단했다.
역시 ‘북한 찬양’으로 분류된 현기영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2003년 한 방송의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권장도서로 뽑혀 수십만 부가 팔리기도 했다.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도 국방부에 의해 ‘반정부ㆍ반미’의 족쇄를 찼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서 군대에 책 보내기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그 책들을 국방부에서 재분류한 것”이라며 “과도하게 분류된 것이 있는지는 재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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