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과에 대한 평가는 많이 엇갈리지만 지난 참여정부가 상당히 많은 시간을 의사소통을 위해 쓴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평검사들과 대통령이 생방송에서 만나 얼굴을 붉히면서 벌였던 토론은, 이제부터는 상급자의 일방적 지시가 아닌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신호였다.
물론 결과적으로 그 소통은 원활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연일 야당뿐 아니라 영향력 있는 신문들과도 날선 공방을 벌였고 그 결과 민심은 크게 돌아섰다. 토론을 강조한 것은 좋았지만 그 토론의 방식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던 것이다. 상호이해와 타협이라는 토론의 장점은 사라지고 서로 간에 상처만 입히고 만 꼴이었다.
토론을 싫어하는 이명박 정부
새 정부는 토론을 싫어한다. 후보 시절의 대통령은 웬만하면 공개 토론을 피하려고 했다. 촛불시위가 거세지자 예정되었던 국민과의 대화마저도 취소해 버릴 정도다. 촛불들은 연일 청와대를 공격했고 컨테이너 박스와 물대포와 구속영장이 이들을 막아섰다.
주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하나마나였다. 귀신이 땅을 사 주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밥 먹듯이 위장전업을 했던 사람도, 다수 여론이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도 능력(사실은 연줄)만 있다면 오케이다. 기본적으로 야당이나 국민과는 소통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 안에서도 소통은 없다. 독도와 대북관계를 둘러싸고 연일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이 그 증거다.
지난 정권 때 있었던 줄기세포 파동과 지금 진행 중인 광우병 파동은 모두 과학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정치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줄기세포는 정부, 여당, 야당, 언론, 그리고 대다수 네티즌이 한 목소리로 찬양해 마지 않던 기술이었지만, PD수첩과 과학기술계 내부의 ‘과학적’ 논의를 통해 그 부끄러운 진실이 밝혀진 사건이다.
PD수첩은 정치권과 언론이 만들어 낸 프레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네티즌의 전면적 공격으로 사면초가에 몰렸지만 결국은 과학적 진실과 젊은 과학자들의 열정이 그들을 구했다. 불충분하나마 소통을 위한 공통의 기반(과학)은 있었던 셈이다.
광우병 파동은 대다수 과학자와 시민의 우려를 고려치 않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하고 이를 밀어붙여 생긴 결과다. 그 부끄러운 진실을 드러낸 PD 수첩이 이번에는 대다수 네티즌의 지지를 얻은 반면 정부-여당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네티즌이 PD 수첩 대신 검찰과 보수 신문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정부는 PD 수첩 관계자를 수사하고 보수신문에 대해 광고 불매운동을 하는 네티즌을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하겠단다. 과학과 상식은 괴담이 되고 네티즌은 범법자가 된다. 정말로 고약한 소통법이다. 상호간의 공통 기반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견해와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에게 그것을 버리도록 강요하는 정부는 소통을 말할 자격이 없다.
상호이해 기본틀부터 갖춰야
소통의 기본 조건은 상호 이해이며 상호 이해는 상식에서 출발한다. 참여정부가 정치적 반대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했던 것은 이런 상호 이해의 기반도 없이 대연정과 같은 타협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공유할 상식도 없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서로 통할 리 없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상호이해라는 기본 틀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우리의 몸이 자연과 소통하지 못하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어질지 못함(不仁ㆍ불인)이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는 것도 어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된 이상 국내에는 나의 경쟁자가 없다’라는 인식이야말로 불인의 증거다. 이 불인증(不仁症)을 치료할 유일한 처방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상식이다.
강신익 인제대의대 교수ㆍ 인문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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