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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대회 찾은 재미철학자 브라운대 김재권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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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철학대회 찾은 재미철학자 브라운대 김재권 석좌교수

입력
2008.08.0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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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마음)과 신체(두뇌)의 관계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는 현대 심리철학의 중요한 과제다.

1980년대초 마음을 자연현상의 일부로 파악하는 ‘수반(supervinience)’ 개념을 고안했고, 70여편의 관련 논문을 발표하며 세계 심리철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자리잡은 김재권(74) 미국 브라운대 철학과 석좌교수가 제 22차 세계철학대회 참가차 서울을 찾았다.

그는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철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31일 서울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정신과 신체의 관계, 과학과 철학의 관계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심신수반론’이란 무엇인가.

“X가 Y에 수반된다는 것의 의미는 Y가 고정되면 X가 달라질 수 없다는 뜻이다. 마음과 뇌의 관계가 바로 ‘수반’관계다. 뇌의 물리적인 속성이 고정돼 있다면 정신적인 속성(의식, 무의식)도 고정된다”

- 몸과 마음이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사유로서는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신체와 정신과의 관계는 뇌손상 환자에 대한 관찰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증거들은 정신이 신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하게 보여준다. 전통적인 믿음들이 경험적인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부인되고 개선된 사례는 많다. 뇌와 같은 물리적 기반이 없이 존재하는 정신을 믿는 일은 ‘마술’ 을 믿는 것과 다름없다.”

- 뇌가 복제된다면 그 사람의 마음까지 복제되는 것인가.

“심신수반개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만약 ‘당신’의 뇌를 복제했을 때 복제인간들도 ‘당신’과 동일한 심적인 속성을 공유한다는 의미지 그들이 ‘당신’이라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그 복제인간들만의 경험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 혹시 동양전통 사상인 이기론(理氣論)에 영향을 받았나.

“몇몇 학자들이 이기의 문제를 심신의 문제와 결부시키려고 시도했다. 내가 보기에 이와 기 모두 정신적인 것의 다른 측면이다. 심신의 문제와 이기의 문제는 전혀 다르다.”

- 당신의 이론은 과학에 대한 무한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객관성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 당신의 이론적 뿌리는 여전히 튼튼한가.

“왜 의심을 하는가. 과학자들도 사람이라 주관이 개입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이성은 그 오류를 찾아내고 개선할 수 있다.”

- 철학자의 현실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사회참여에 대해 관심이 없다. 사회문제는 철학자의 자리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나는 오직 심리철학분야의 난제를 풀고 통찰력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 미국에서만 활동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한국에서 철학했더라도 그랬을까.

“만약 서울대에 남아서 철학공부를 했다면 독일이나 프랑스로 건너가 현실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하이데거나 메를로 퐁티를 공부했을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10년전 쯤 한국에 돌아왔다하더라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서의 경험이 내 사고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내 사고는 이미 20여년 전에 굳어졌다.”

- 당신은 젊은 시절 시를 쓰기도 하는 불문학도 였다. 그런데 물리주의 철학자가 됐다. 후회는 없나.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최고급 소설이나 시를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류 소설을 쓰는 것조차 철학보다 어렵다.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명료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철학은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 올초 뉴욕타임스에 ‘철학의 부활’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반면 우리는 인문학의 위기, 철학의 위기 이야기가 나온다. 차이가 무얼까.

“시스템 차이가 아닐까. 미국대학에는 교양과목이 따로 없다. 내 수업을 듣는 철학과 학생은 30% 밖에 안 된다. 철학교육의 목표도 다르다. 미국철학교육의 목표는 철학자를 양성해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훈련을 받은 시민을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다. 철학공부를 하게 되면 비판적이고 명료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 미국 철학계의 지도적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당신과 비견될 만한 이는 신라의 최치원 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한 문제에서 또 다른 문제로 옮겨가며 공부했다. 젊어서 체계적으로 공부했다면 좀더 나은 성과를 냈겠지.”

● 프로필

▲ 1934년 대구출생▲ 1953년 서울대 불문과 입학▲ 1955년 도미 프린스턴대 철학박사▲ 코넬대, 미시간대, 서울대 초빙교수 역임▲ 미국철학회(동부지역 학회)회장 역임▲ 미국 학술원 회원▲ 현재 브라운대 철학과 석좌교수

▲주요저서<수반과 심리> (1993) <물리세계에서의 마음> (1998) <심리철학> 2006)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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