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규모 자금 확보 등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금호아시아나는 최근 대우건설ㆍ대한통운 인수에 따른 자금 압박과 고유가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적자, 대우건설의 미분양 아파트 증가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소문에 시달려왔다.
금호아시아나는 3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2분기 실적 및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강주안 아시아나항공 사장, 이연구 금호산업 사장 등 핵심 최고경영자들과 100여명에 가까운 애널리스트 등 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해 금호아시아나가 맞닥뜨린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했다. 분기 경영실적 발표회에 사장단이 직접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금호아시아나의 자금조달 방안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보유한 금호생명 지분과 사회간접자본(SOC),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해 3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또 대한통운 유상감자 등을 통해 9,000여 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금호생명, 아시아나항공개발 등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5,000여 억원을 확보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계열사 전체의 유동성 확보 규모는 총 4조5,740억원이다.
계획대로 자금이 확보될 경우 대우건설 풋백옵션(매도 선택권) 행사에 따른 소요자금 4조원 가량을 충당할 수 있게 된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은 최근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였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6조38억원)과 영업이익(3,8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및 금호산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아시아나항공은 고유가로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각각 180억원, 192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나 상반기 누계 기준으론 166억원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오남수 사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대외환경 악화에 대비해 작년 말부터 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각 회사별로 자산감축 계획을 세워 진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 2분기는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실현하는 등 그룹의 자금흐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전날 7% 이상씩 급락했던 금호아시아나의 대표 계열사 주가는 이날도 약세를 보였다. 금호산업(-0.95%) 금호종금(-0.53%) 금호전기(-2.36%) 아시아나항공(-0.63%) 대한통운(-0.10%) 등이다. 그나마 금호석유(2.39%) 대우건설(1.80%) 금호타이어(1.52%)가 소폭 올랐지만, 금호석유 하한가 등 전날 낙폭이 워낙 컸던 터라 의미 있는 반등으로 보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아직은 회의적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구 계획은 거창한대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최근 증시가 망가진 이유 중 하나가 수급 실종인 것처럼, 과연 금호아시아나의 자산을 사줄 만한 능력이 되는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시장에선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확보 공언(公言)보다 ‘세무조사설’ 등 미확인 소문이 힘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를 둘러싼 여러 악재가 여전히 떠도는 상황이라 당분간 추이를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