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4조~5조원 규모의 중장기 자금조달(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놓는다. 고유가(아시아나항공)와 미분양 사태(대우건설)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며 나온 고육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1일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나서 2분기 실적발표를 겸한 대규모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경영합리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금조달은 전방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지방아파트 미분양으로 허덕이는 대우건설의 유휴재산을 매각해 현금화(1조원 이상)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대한통운 주식의 유상감자를 통해서도 2조원 가량의 현금을 주력 계열사에 수혈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상장을 앞둔 금호생명의 보유지분도 팔아 최소 3,000억원을 마련한다. 이밖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비핵심 자산들도 연내에 처분하기로 했다. 현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고강도 자구책인 셈이다.
이를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투명한 경영 정상화를 통해 시장의 우려가 해소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간 금호아시아나는 잇따른 인수합병(M&A)과 대외악재가 누적된 유동성 악화로 그룹 전체의 경영이 위기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불신을 받아왔다. 특히 올 초부터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고유가 때문에 적자의 늪에 빠졌고, 지방 건설물량이 많은 대우건설은 미분양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발등에 불도 떨어졌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12월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 18곳으로부터 3조원 가량을 지원 받으면서 담보로 대우건설 주식의 풋백옵션(매도 선택권)을 걸었다. 풋백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3만4,000원으로 현재 주가 수준(1만3,000원대)을 감안하면 행사가격에 되사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무려 4조원이 필요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금호타이어의 풋백옵션 문제도 겹쳤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급기야 지난달 10일 박삼구 회장이 직접 나서 계열사들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촉구했고, 31일 그룹 합동 IR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아직은 냉랭하다. 30일 시장은 금호의 움직임을 유동성 확보보다는 ‘유동성 위기설’로 받아들였다. 실제 이날 금호산업(-11.9%) 금호종금(-8.29%) 대우건설(-7.33%) 금호타이어(-7.06%) 금호전기(-4.6%) 아시아나항공(-3.03%)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져 최근 심상치 않은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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