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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 출간 황석영 "먼길 돌아 문예반으로 돌아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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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 출간 황석영 "먼길 돌아 문예반으로 돌아온 느낌"

입력
2008.07.3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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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엔 성장소설의 전통이 약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등 걸작 성장소설이 즐비한 서구와 비교되죠. 근대화 기간 중 현실이 급박해 개인의 내면적 성장에 관심이 적었고, 나아가 사회 속의 개인 그 자체를 중시하지 않은 탓이죠. 한 개인의 내면적 성장을 그린 소설을 구상한 것은 그 때문이고, 내 자신과 주변 친구들 얘기를 썼습니다."

소설가 황석영(65)씨가 장편 <개밥바라기별> (문학동네 발행)을 펴냈다. 자전 소설로 봐도 무방한 이 작품에서 그는 자기 분신격인 '유준'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베트남 파병 직전인 20대 초반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총 13장 중 홀수장은 유준이, 짝수장은 유준의 고교 시절 단짝과 이성 친구들이 화자로 등장한다. 자술(自述)과 지인들의 눈을 통해 구성되는 유준의 성장기는 학교를 비롯한 기성사회와의 불화로 점철된다.

명문고에 진학해 재학 중 문예지를 통해 등단할 만큼 뛰어난 문재(文才)를 지녔음에도 유준은 학교 자퇴, 무전 여행, 2년간의 떠돌이 생활 등 철저한 방외의 삶을 걷는다. 교내 으슥한 곳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고, 음악 다방에 모여 삶과 예술에 대해 치기 어린 논쟁을 벌이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정상적 삶'의 궤도로 복귀할 때조차.

3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난 황씨는 "작가가 아니었다면 평생 어디에서도 못했을 얘기를 털어놨다"면서 "특히 젊은 날 씻지 못할 불효를 저질렀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책에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를 붙였다.

<손님> (2001) <심청, 연꽃의 길> (2003) <바리데기> (2007) 등 세계적 범주의 사회정치적 관점을 반영한 황씨의 최근 작품 경향에 비춰봤을 때 이번 작품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개인 내면에 방점을 찍고 있어 유난해 보인다.

황씨는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 현장에서 집단과 이념의 억압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개인'을 발견했고, 5년 간 감옥 생활을 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절감했다"면서 "문학 자체의 아름다움에 탐닉했던 '문예반' 시절에서 출발한 내 문학이 한참 먼 길을 돌아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문예반'으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은 황씨가 지난 2월27일부터 7월말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블로그(blog.naver.com/hkilsan)에 연재한 내용을 대폭 손본 것이다. 5개월의 연재 기간 중 작품 블로그는 180만 건 가량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다.

황씨는 "워드프로세서, 컴퓨터 등 글쓰기 도구 변화를 앞다퉈 받아들였고 매체의 무게중심이 종이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막상 인터넷 소설 연재 제의를 받았을 땐 많이 망설였다"면서 "독자 블로거들이 내 작품 블로그를 광장 삼아 활발히 소통하는 모습에서 많은 격려를 받았고 문학적 새 형식에 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재 기간 중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블로그가 정치적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블로거들이 자율적으로 작품 블로그의 독립성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황씨는 "개별적 이해관계가 달라도 큰 전제에 동의하면 언제든 광장에 모여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세계적 추세"라면서 "유럽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봐온지라 촛불집회를 보면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씨는 최근 인도네시아 발리의 힌두교 마을 '우붓'에 다녀온 경험을 전하며 오래전부터 차기작 글감으로 꼽아온 '강남 형성사'를 어떤 형식으로 풀어갈지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우붓에 가면 작은 바나나잎에 신(神) 조각상을 오밀조밀 담아둔 광경을 보게 된다. 강남 이야기를 그렇게 쓰고 싶다. 한국 민중문화의 총아인 꼭두각시 놀음의 형식 안에 강남의 전형적 인물들을 담는 거다. 캐릭터 묘사는 인터넷적 문장, 다시 말해 이미지 중심의 간결한 풍자적 문장으로 하고."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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