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느 신문을 볼 것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느 신문을 볼 것인가?

입력
2008.07.31 01:16
0 0

다음 글은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가 31일 다산연구소(www.edasan.orgㆍ이사장 박석무)의 다산포럼에 올린 글을 필자와 다산연구소의 양해를 얻어 옮긴 것입니다./편집자주

언론학자라고 해서 그런지 어느 신문을 보는 게 좋은지 묻는 분들이 있다. 입맛이 다 다른데 점심에 무엇을 먹는 게 좋은 지 묻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질문이다. 나는 ‘여러 신문을 비교해 보시고 마음에 맞는 신문을 구독하십시오’라고 답하곤 한다. 특히 민감한 사안에 대한 보도 태도를 보면 어느 신문을 택할 것인지 쉽게 가릴 수 있다. 이번 쇠고기 파동 역시 신문을 판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난 6월26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결과를 반영한 장관 고시를 관보에 게재한 날 보수지(保守紙)를 자처하는 A신문은 1면 머릿기사 제목을 <광화문, 법은 죽었다> 고 뽑았다. 서울 도심이 폭력시위로 완전히 점거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진보지(進步紙)에 속하는 B신문은 <끝내 촛불민심 외면> 이라는 제하에 고시 강행이 민심에 반하는 것이어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수지라고도 진보지라고도 할 수 없는 C신문은 1면 기사 제호를 <쇠고기 고시 발효, 정국 긴장> 이라고 달았다. 이 신문은 장관고시에 대한 여야의 대응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했다. 27일에 A신문은 1면 머리에 북한을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하고 교역 금지도 푼다는 미국의 방침을 소개하고, 지면 중간 톱으로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 이라는 제하에 경찰이 도심시위를 막지 않아 광화문 일대가 밤마다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B신문은 <국민 저항 확산> 이라는 제하에 쇠고기 고시 이후 노동계가 총파업을 선언하고 시민사회가 불매ㆍ불복종 운동을 선언하는 등 저항이 더욱 번질 추세라고 보도했다. C신문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것이라는 미국의 방침을 <북 테러지원국 45일내 해제> 라는 제목의 기사로 톱으로 올리고, 그 옆에 <과격해진 서울의 밤> 이라는 제하에 시위가 폭력양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28일에도 서울 도심에서 촛불시위가 계속 되었고,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이날 A신문은 <인민재판당한 경찰관>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릿기사로 올렸다. 어느 호텔 기물을 파손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시위대가 억류해 1시간 동안 취조를 벌인 사실을 자세히 다뤘다.

B신문은 <조중동, 강경 부추기고 정부 여당, 끌려 다니고> 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릿기사로 올리고 정부 여당이 시위대를 반미 좌파로 색깔을 덧씌우고 있는데 이것이 조ㆍ중ㆍ동 등 보수신문의 압력과 영향력에 따른 것이라고 썼다. 이날 자에 C신문은 <북핵 상징, 역사 속으로> 라는 제하에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한 사실을 사진을 곁들여 머릿기사로 올리고, 그 옆에 <서울 한밤의 충돌 언제까지> 라는 제목으로 촛불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사실을 보도했다.

7월1일, A신문은 1면 머리에 <생산 소비 투자 뚝, 경제지표 동반추락> 이라는 제목으로 광공업 생산증가율, 소비재 판매 증가율, 설비투자 증가율이 함께 떨어진 사실을 보도했다. 이날 이 신문은 사이드 톱으로 <광우병 대책회의 압수수색> 기사를 실었다. B신문은 머릿기사에 경찰이 전국 일선 경찰서에 정부의 전통 지지세력을 복원하도록 지시했다는 내부문건을 폭로했다.

그 옆에 이 신문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국민 존엄과 이명박 대통령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미사를 연 사실을 보도했다. C신문은 검찰이 폭력집회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발표하고, 경찰이 광우병대책회의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사실을 묶어 톱기사로 썼다. 며칠 동안의 머릿기사만을 훑어보았지만 지면은 이렇듯이 판이하다.

그럼 어느 신문을 봐야 하는가? 촛불시위가 싫은 분이라면 두말없이 A신문을 보면 된다. 촛불시위에 박수를 보낸 분이라면 B신문이 입맛에 맞을 것이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고자 한다면 A신문과 B신문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두 신문을 볼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깝다면 C신문, 즉 한국일보를 보면 된다. 촛불시위 지면은 그렇게 답하고 있다.

김민환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