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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18> 미국의 로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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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18> 미국의 로비스트

입력
2008.07.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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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로비스트의 힘은 막강하다. 현재 등록된 로비스트의 수는 자그마치 2만3,000명에 달하고, 이들이 대표하는 고객의 수도 1만2,000명이 넘는다. 말이 2만3,000명이지 거기에 속해 일하는 직원의 수까지 합하면 10만 명이 족히 넘는다는 말도 있다.

다시 말하면, 미국 의회는 상원이 100명, 하원이 435명으로 의원 수가 모두 535명이니 의원 한 명 당 42명의 로비스트가 있고, 직원까지 합치면 의원 한 명 당 186명이 매달려 있는 셈이다.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한 로비스트들의 활동은 실로 대단하다.

내 사무실에도 항상 로비스트들이 찾아왔다. 로비스트들이 즐겨 찾아가는 최고급 식당에 종종 초대 받기도 했다. AT&T같은 굵직굵직한 회사들은 회사 홍보를 겸해 종종 의원들을 위한 특별리셉션을 벌여, 의원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기 일쑤다. 이런 식으로 홍보하는 것도 일종의 로비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의사당 안 정원에 텐트를 치고 여러 아이스크림 회사가 나와 시식행사를 벌인다. 의원들보다는 의원 보좌관이나 의회 직원들로 주로 꽉 차지만 가끔 의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것도 아이스크림을 홍보하는 일종의 로비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해마다 참석했다.

어떤 때는 돼지고기 스테이크( Pork Loin) 시식파티를 하면서 돼지고기 먹기 운동을 의사당 안 빌딩에서 벌이기도 한다. 이것도 돼지고기 로비다. 그 맛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다. 외부 사람 없이 오직 의원들과 그 보좌관들만 초청된다.

의원들은 로비스트들과 겉으로는 서로 툭툭 치며 농담을 할 정도로 가깝지만 속으로는 조심한다. 지금까지 로비스트와 연결된 문제들이 많았고 관련 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의원들끼리는 “가까우면서도 멀리 해야 하는 게 로비스트” 라는 말들을 한다.

로비스트들은 그 전공 분야가 다양하다. 워싱턴에 있는 큰 변호사들은 대개 로비스트 활동도 겸한다. 로비스트가 변호사보다 수입이 높으면서 책임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적기 때문이란 말을 들었다. 의례비로 매달 일정 비용을 내고 필요할 땐 별도로 추가 비용을 지불한다. 미국 안에서도 큰 도시들은 워싱턴에 있는 로비스트를 채용한다. 내가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시의 시장으로 있을 때도 로비스트를 썼다. 우리 시는 규모가 크지 않아 옆의 두 도시와 합쳐 비용을 분담하는 형식으로 지방정부 전문가 로비스트를 채용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매일 의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예를 들어 혹시 우리 지방 도시들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법안이 나돌고 있는지 그에 대한 정보들, 특히 휘발유 세금(gas tax) 이 얼마나 책정되는지 등을 그때 그때 알려주는 역할을 했었다.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카운티, 심지어는 주 정부까지도 로비스트를 채용한다. 외국 정부들 역시 웬만한 나라들은 다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워싱턴에 나와 있는 대사관과 긴밀한 친분을 갖고 있으면서 그 나라에 불리한 법안이나 정책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로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중간에서 두 나라를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도 한다.

한국도 로비스트가 있다. 외국 정부를 대표하는 로비스트들은 대개 굉장히 비싸다. 유명한 이름있는 로비스트들, 특히 과거 의원을 했거나 장관, 그 밖에 유명 인사들로 구성된 로비스트들을 선호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로비스트도 유명한 변호사들이며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 정치인들이 왔을 때 이 곳에서 열리는 리셉션 같은 일을 주미대사관을 통해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

대개 주류사회 백인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로비스트들은 압도적으로 백인이 우세하다. 아직 나는 흑인 로비스트를 만나본 적이 없고, 한국인 로비스트는 더더욱 들어 본 적도 없다. 이 곳 교포들도 능력 있는 분들이 많지만 과거에는 한국 정부조차 한국 교포들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거의 다 비싼 유명 인사들을 로비스트들로 채용하고 있다.

미국의 대기업에는 아예 회사 안에 로비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으면서 이들이 또 로비스트 회사를 채용해 그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나도 큰 회사의 로비스트가 찾아왔을 때는 이 사람이 내부 (In-house) 로비스트인지 아니면 외부 로비스트인지 물어본다. 왜냐하면 내부 로비스트가 더 세기 때문이다.

나에게 찾아오는 로비스트들은 내가 건설교통위원회에 있기 때문에 대개 관련 계통 전문 로비스트였다. 또한 외교분과 위원회에도 있기 때문에 가끔 외국인들이 단체로 몰려온 적이 있고, 이들을 대표하는 로비스트가 그 방문 목적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이 때 옆 나라와의 영토분쟁은 미국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한 아예 어떤 부탁도 거절한다. 몇 백 년 내려온 영토분쟁에 말려 들었다간 커다란 함정에 빠질 수 있어 나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 독도 문제를 들고 미 의회에 찾아가면 아마도 거의 다 정중히 거절 당할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의 반미 정부와 최근의 쇠고기 광우병 촛불시위로 한미관계에 금이 간 것은 사실이지만 미 의회에선 이명박 보수 정부와 앞으로의 관계에 기대를 갖고있고 한미관계가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도 문제로 일본과 한국을 양쪽에 놓고 저울질 할 때 지금 현재로선 중간 입장을 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설득 작전을 피면 한국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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