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에 관한 국정조사가 진실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전ㆍ현직 정부 당국자들이 서로의 책임을 거론하는가 하면 같은 자료를 두고도 여야 간 상반된 주장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정치ㆍ사회적 논란을 막고 국정조사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정부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29일 쇠고기 협상 결과와 관련, 각각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그런데 근거는 동일하게 지난해 12월 17일 농림부가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 관련 대책 검토 보고’였다. 같은 자료를 두고 김 의원은 쇠고기 협상의 ‘정치적 타결이 불가피하다’는 대목을 중시해 ‘참여정부 설거지론’을 주장했고, 강 의원은 문건 중의 ‘협상 여건’ 부분을 강조하며 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월령제한 규정을 없애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지만,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4월 중순 한미 협상 중 작성된 농림부 내부문건을 토대로 “한국이 월령제한 유지 방침을 고수했지만 미국에 묵살당했다”고 했다. 여야가 정부 방침을 두고 정반대의 주장을 편 것이다.
2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선인 신분의 이명박 대통령이 만나 나눈 대화 내용도 논란거리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취임 후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쇠고기 문제를 의제로 올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밝히자 이 대통령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민주당 강기정 의원 측은 “정부가 협상을 전후해 생산한 각종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면 된다”고 단언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도 참여정부 임기 말에 생산된 관련 문서의 공개를 요구했다. 여야 모두 정부가 공식적으로 생산한 문서와 각종 회의자료를 꼼꼼히 검토할 경우 협상의 전말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전ㆍ현직 대통령의 대화 내용도 국가기록원에 녹취 내용이 있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는 국정조사가 시작된 뒤 상당수의 지난해 자료를 비밀로 분류했고, 올해 대통령직 인수위와 추가협상 관련 공문의 제출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료들이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여야는 이날도 MBC 관계자들의 증인ㆍ참고인 채택 여부를 두고 공방전만 향후 국정조사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대통령실을 기관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관계자들의 증인ㆍ참고인 채택도 배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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