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참담하다. 수도 1,000만 주민의 치안을 담당하는 국가공권력의 핵심인사가 취임 일성으로 이렇게도 당연한 말을 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 동안의 촛불시위는 두 가지를 남겼다. 정부로 하여금 실책을 인정하고 새로운 협상과 조치를 하도록 만든 것이 첫 번째다. 폭력시위는 있어선 안되며 공권력은 확립돼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두 번째다.
그런데도 지난 주말의 도심시위는 나아진 게 거의 없었고, 경찰은 우리나라 공권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진압에 나섰던 경찰이 시위대에 붙잡혀 두들겨 맞고 옷을 벗긴 채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밀고 당기고, 물병 등을 던지는 정도라면 우리는 경찰의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대오에서 이탈된 경찰 개개인을 시위대가 둘러싸고 폭행을 가하는 것은 분명한 린치(사형ㆍ私刑)행위다. 도심 한복판의 집단 린치에 스스로 침묵하고 있었다니 그것을 공권력이라 부를 수 없다.
그제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관 교육 교재’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시위진압 방법에 대해 경찰은 시위대가 던진 병이나 돌을 되받아 던지지 말 것, 방패로 찍지 말 것, 진압봉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리지 말 것, 물대포는 가급적 직접 살수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지침이 경찰과 공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합당한 기준이 될 것이다. 최근의 촛불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인내를 다짐했을 경우와 크게 어긋나지 않아 보인다.
국가인권위의 이러한 기준, 시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경찰이 마땅히 감수해야 할 인내의 폭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위대가 사회적 상식과 국민적 공감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을 경우 적용되어야 한다. 군중의 행동이 인민재판의 모습을 넘어 집단 린치에까지 이른다면 이미 시위ㆍ진압 공방 차원을 넘어섰다. 민주국가라면 이 경우 엄정하고 단호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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