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창조적 실용외교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의 정상외교 엇박자, 중국의 한미동맹 견제 발언 파문, 일본의 독도 뒤통수 때리기 등 4강외교 실패 논란은 시작에 불과했다.
7월 들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대응 체계 혼선(1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 삭제 파동(25일)에 이어 미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분쟁지역 분류 늑장 대처 논란(27일)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사고가 터지고 있다. 한미 쇠고기협상 부실 파동과 더불어 대한민국 외교가 파국에 달한 느낌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총체적 외교 실패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BGN 사태에서 드러난 사전 대처 미흡, 금강산 사건에서 확인된 기초적 위기관리 시스템 부재, ARF 파동에서 확인된 외교역량 한계 등은 한국 외교의 분명한 문제점이다. ‘무원칙 무사안일 무능’ 등 3무(無)외교, “아마추어보다 못한 왕초보 외교”라는 비아냥까지 쏟아질 정도다.
28일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에서는 일단 외교 안보 라인 전반에 대한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과연 이런 외교진영을 갖고 MB 외교독트린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인책론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외교부와 청와대 내 핵심 관계자 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 ▦청와대와 각 부처의 정책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외교 안보 컨트롤시스템 구축 ▦외교부 출신 한미동맹 강화론자 일색의 외교 안보 라인에 북한 문제 전문가를 포함시켜 균형을 맞출 것 등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의 외교 안보 철학 재정립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대통령의 경직된 대북관 등 유연성이 부족한 외교 안보 노선 때문에 일선 외교 안보 라인의 운신 폭이 좁아졌고 이는 결국 현재와 같은 난국으로 이어졌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전체적 그림을 그리는 전략가가 없고 현안만 쫓아다니다 보니 방향성을 잃고 사후 대처에 급급했다”며 “한미동맹이든, 실용이든 원칙을 다시 정하고 실행 전략의 우선순위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외교는 발언 하나하나가 중요한 만큼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금강산 사건이 터졌지만 같은 날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이에 대한 유감을 한 마디도 표시하지 않다 하루 뒤에야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독도 문제의 경우 실효적 지배 강화와 국제 여론작업이 중요한데 자꾸 감정적 발언을 내놓아 일본의 분쟁지역화 의도에 말려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0ㆍ4남북정상선언을 인정하는 유연한 대북노선으로 바꿨다 다시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오락가락 행보 역시 문제다. 또 현재처럼 꼬인 상황은 남북 관계 악화에서 시작된 만큼 대북 관계 개선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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