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조합이다. 한석규와 차승원 주연에 <친구> 와 <챔피언> 의 곽경택 감독까지.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는 포스터와 크레디트만으로도 대중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정상급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와 이들을 발판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튼실한 줄기도 매력을 발산할 만 하다. 눈에는> 챔피언> 친구>
범인검거기계나 다름없는 백성찬(한석규) 반장은 범인에게 피도 눈물도 없을 듯한 형사. 하지만 인정과 도리 앞에 수년간 쌓아온 형사 경력마저 쉬 내던질 수 있는 인물이다.
미국 명문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안현민(차승원)도 백 반장에 뒤지지 않을 매혹적인 캐릭터다. 범죄를 일삼으며 경찰조직을 농락하는, 백 반장의 대척점에 서 있어야 할 인물임에도 응당 악인의 필수 요소인 비열함과 잔인함 등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략과 카리스마, 인간미를 두루 지닌 범인. 이들과 맞부딪히며 갈등의 한 꼭짓점을 점유하는 악덕 사업가 김현태(송영창)는 냉혈한 연기로 극적 긴장감을 상승시킨다.
매혹적인 캐릭터와 실력파 배우들이 ‘기본’을 담보해내지만 문제는 영화의 화법. 배우들이 시종 내뿜는 매력을 적극 지원해줘야 할 역할은커녕 이를 소진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안현민이 부하들과 완전 범죄를 완성해가는 장면을 스크린을 다분할하며 감각적이면서도 분석적으로 보여주는 연출력은 재기발랄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관객의 보폭과 호흡을 염두에 두지 않는 속도로 이야기가 종점을 향해 독주하면서 관객들이 범죄스릴러로부터 기대하는 사건의 치밀한 전개와 점도 높은 서스펜스는 설 자리를 잃는다.
익히 알려졌지만 이 영화의 연출은 곽 감독의 손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친구> 의 연출부 출신으로 2004년 <우리형> 을 연출했던 안권태 감독의 ‘레디 고’로 시작됐다. 그러나 제작과정의 문제로 50%선에서 촬영이 중단되면서 곽 감독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우리형> 친구>
반은 곽 감독 영화이면서도 반은 그의 영화가 아닌 셈. 사나이들의 순정과 우정을 짭짤한 땀냄새나 피비린내로 진하게 우려냈던 곽경택식 남성영화의 정수를 기대한 영화 팬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물론 곽 감독의 인장이 선연히 찍힌 장면들이 스크린에 점멸하기도 한다. 체포와 도주 사이에서 치열한 두뇌게임과 추격전을 펼치는 백 반장과 안현민의 남자 대 남자로서의 묘한 교감, 안현민과 부하들의 목숨을 건 의리 등에서 곽 감독의 손때를 가늠할 수 있다.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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