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곰치 지음/산지니 발행ㆍ392쪽ㆍ1만2,000원
소설가 김곰치(38ㆍ사진)씨가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1999) 이후 9년 만에 낸 두 번째 장편은 기독교 신앙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두 남녀의 연애담이다. 부산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주인공 ‘나’는 독서회 모임에서 서른일곱 동갑내기 여성 ‘정연경’을 만난다. 엄마와>
작가 지망생인 그녀는 2년 전 불교에서 개종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소설은 서로 호감을 품은 두 남녀의 교제가 종교ㆍ연애관의 차이로 오래지 않아 끝장나는 과정을 ‘나’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묘사한다. 독자에게 쓰는 편지글과 전통적 방식의 서술을 오가는 문장 형식이 작품에 활기를 준다.
연애담만 놓고 보면 평범한 듯한 이 소설에 개성을 부여하는 것은 ‘나’가 지리멸렬하는 연애를 거치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기독교와 성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장편은 ‘연애소설’과 ‘(종교에 관한) 관념소설’이 혼재된 양상을 띤다. 훈련병 시절 4대 복음서를 흥미로운 서사시로 여기며 읽었던 ‘나’의 종교관은 원죄 의식, 마리아의 성령 잉태 등 기독교 일반의 믿음에 충실한 ‘정연경’의 그것과 수시로 충돌한다.
예수와 기독교에 대한 ‘나’의 해석은 매우 세속적이고 급진적이다. 성령 잉태를 믿지 않는 ‘나’는 예수가 ‘아버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나님의 아들을 자처하고 그에 걸맞은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고 본다. 아울러 기독교 신학의 제1전제인 원죄 의식은 초기 기독교 교리와 제도를 정초한 바울로의 개인적 죄의식에서 비롯했다고 해석한다.
바울로가 열렬한 유대교도로서 기독교도를 핍박했던 시절의 죄책감이 교리에 투영됐다는 것. 이렇게 <빛> 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 <예수의 제2복음> (주제 사라마구) <사람의 아들> (이문열) <벌레 이야기> (이청준) 등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문학의 오랜 관심사를 잇고 있다. 벌레> 사람의> 예수의> 카라마조프> 빛>
실연 이후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주인공의 ‘예수 다시 보기’는 참나무 아래 주저앉아 똥을 싸는 예수를 상상하는 일로 일종의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애잔해졌고 따스한 사랑을 느꼈다. 똥 누는 예수가 내 미래의 아기처럼 예뻐 보였다. … 예수 역시도 한 고귀한 생명체로서 물질 교류의 아름다운 일익을 맡아 똥 누는 일을 매일매일 성실하게 행할 뿐이었다.”(326쪽) 예수에 대한 ‘생태계적 이해’랄까.
이런 결론이, 소설 전반에 묘사된 ‘나’의 궁핍한 삶, 비루한 연애, 가족과 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한데 그러모아 넉넉히 위로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