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축복이자 아름다움의 기준이다. 요즘 사람들은 점점 더 어려지고 싶어 한다. 동안 열풍을 보면 너도 나도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기를 원하는 것 같다.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하면 그보다 더한 칭찬이 없겠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바라는 찬사가 아닐까 싶다. 한 살이라도 어린 여자를, 어린 남자를 원하니 미에 있어서나 사랑에 있어서나 어리다는 건 역시나 최대의 강점이다.
예전에 개봉했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쉰 넘은 남자도 영계만 밝히죠. 결국 여자는 일에만 더 매달려 자꾸 성공하고 그럴수록 더 외면 당해요. 나이든 남자들은 성공한 여잘 겁내거든요. 다시 말해, 제일 외로운 게 늙은 독신녀예요.” 아, 이 적절한 비유라니! 사랑할>
나이 먹은 게 잘못은 아닌데 젊음을 예찬하는 요즘 사회 분위기는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인 세대가 어쩐지 죄스러운 기분을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에 반기를 들 만한 일들도 많아졌다.
가수이자 배우인 엄정화가 새로운 앨범을 들고 돌아온 것을 두고 ‘놀 줄 아는 언니의 귀환’이라는 말로 환영 분위기 일색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그녀의 선택은 도전이고 용기로 비쳐졌다. 섹시함이란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걸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새 앨범을 들고 나온 가수 이효리에 대해서도 같은 시각이다. 30살 밖에 안됐지만 ‘그 나이에 섹시 컨셉이 대단해’하는 것이 조금 이해는 안되지만 일각의 분위기가 그렇다.
이와 더불어 최근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더 이상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며 60대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섹시한 여배우들을 소개했다. 영화 <더 퀸> 에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해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62세의 헬렌 미렌이 빨간 비키니를 멋지게 차려 입은 최근 사진을 소개하면서 말이다. 더>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은발의 카리스마 넘치는 잡지사 편집장 역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메릴 스트립. 올해 59세의 그녀는 개봉을 앞둔 <맘마미아> 에서 아바의 노래를 부르고 신나게 춤추는 모습이 젊은 여배우 못지않다는 평을 받았다. 맘마미아> 악마는>
그 외에도 73세의 소피아 로렌, 64세의 카트린 드뇌브, 70세의 제인 폰다와 67세의 줄리 크리스티, 61세의 글렌 클로즈 등이 나이와 무관하게 여전히 아름다운 여성으로 꼽혔다.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더욱 풍만해진 그들의 내적 아름다움이 빛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년 여배우들의 활약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력과 카리스마, 중년이 줄 수 있는 매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최근 영화나 인기 드라마를 보면 그녀들의 도도함과 우아함이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상녀에 못지않게 화제를 뿌리면서 말이다. 그들의 부단한 노력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인생의 경험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함이다. 오히려 젊음보다 더한 장점이자 축복이 아닐까. 누군가 지나가 버리는 한때의 젊음을 경쟁력이라 착각하지 말라고 했다. 나이 먹은 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젊을 때의 방황에 마침표를 찍고 인생의 깊이와 노련함마저 알게 해준 세월에 감사할 따름이다.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