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일요일인 27일 잇달아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 삭제 소동 때문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자들 앞에 나선 당직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의장 성명 삭제 소동과 관련, 한국 정부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옥임 제2정조위 부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외교적 수치가 아니냐'는 주장까지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정부가 외교적 실책이라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초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을 성명에 집어 넣으려는 의지가 없었다. 다만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성명 초안에 담긴 것"이라며 "10ㆍ4남북정상선언의 경우는 아무리 구속력 없는 성명이라지만 유독 10ㆍ4선언만 지목해 남북대화를 얘기한 것은 정부에 상당히 부담될 수밖에 없어 정부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대변인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참여국 전체 의사를 반영한다는 ARF의 운영 방침에 따라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둘 다 뺀 것"이라며 "한번만 더 생각하면 능히 이해할 일을 또 하나의 정략적 시빗거리로 삼는 야당의 태도는 점잖지 못하고 경박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이 같은 분위기는 26일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이었다. 26일 "금강산 사건을 10ㆍ4선언과 산술적 균형을 맞춰 삭제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던 차명진 대변인은 이날 "유감의 대상은 싱가포르 정부"라고 해명했다. 눈에 띄게 정부 감싸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확산할 경우 새 정부가 입을 충격파를 우려한 것 같다.
하지만 정부를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는 여전했다. 이정현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어이없는 사건"이라며 "금강산 사건 늑장 보고 및 사후 대처 미흡, 독도 외교 미숙, 쇠고기 파동 등 큰 실수가 반복돼 왔고 매번 심각하게 생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