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거센 기세 싸움을 하고 있다. 감세정책, 공기업 인사 등 현안을 놓고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서로 격렬히 치고 받는 중이다.
주로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이 방어하는 식이다. 본격 국회 활동을 앞두고 여당으로선 주요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야당은 존재감 부각과 야성(野性) 단련을 위해 서로 밀릴 수 없는 게임에 나선 것이다. 국민 여론이 어느 쪽에 더 공감할지 주목된다.
● 세제 개편 : "감세는 부자정책" "전 국민에게 혜택"
여야는 25일 정부 여당의 감세정책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야당은 당정의 감세정책을 ‘부자정책’이라고 규정하고 맹공을 폈다. 그러나 여당은 결국 전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은 감세를 해 모든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서민이 아닌 자산가에게만 이익이 되는 정책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진표 최고위원도 “1% 고소득층 땅부자에게 유리한 감세정책이자 이명박 정부의 전형적 포퓰리즘”이라며 “세금을 경감해 엄청난 재정의 감소를 유발하면 성장잠재력 확충은 무슨 돈으로 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용섭 제4정조위원장은 “여권은 6억원 초과 주택의 재산세 증가 상한선을 50%에서 25%로 낮추는 등 고액자산가의 재산세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종합부동산세 감면 방안도 전체 세대의 2%에 해당하는 6억원 이상 고가주택 소유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재산세 과표적용률을 당초 55%에서 50%로 낮춰 재산세를 경감하는 것은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전ㆍ월세 사는 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정책”이라며 “재산세 경감은 전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정조위원장은 또 “최근 개인 입법으로 발의된 종부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린다든지 하는 방안은 당론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일부 야당에서 그것이 한나라당 당론인 양 ‘부자를 위한 정책을 펴느냐’고 비난 하는데 이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민과 직결된 가스ㆍ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지 며칠도 안돼 부동산 보유세 경감책을 내놓은 것은 당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 공기업 인사 : "전리품 챙기기" "盧정부 땐 더해"
공기업 낙하산 및 편중 인사 논란도 여야가 뜨겁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주제다. 야당은 "여당이 탐욕만 보인다"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지난 정부 때는 더 심했다"고 맞선다. 특히 여야는 24, 25일 열린 공기업대책특위에서도 이를 두고 부딪쳤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5일 "여권이 지역 편중에 낙천, 낙선 인물 챙기기 인사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원칙, 기준과 국민정서는 안중에 없고 전리품 챙기려는 탐욕만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기업대책특위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박영선 의원은 "지식경제부는 경영실적 평가 1위를 한 한국전력 사장의 사표를 종용해 수리했다"며 "혹시 '고소영 S라인'을 물색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박 의원은 24일에는 공공기관장의 일괄사표가 법률 위반이라며 국회 청문회를 요구했다. 강봉균 의원은 "공공기관장의 후임자를 자꾸 재공모하는 것은 청와대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다시 하라고 하기 때문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은 "공기업이 부실경영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 핵심에는 노무현 정권의 인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며 "정권의 힘으로 임명된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또 "노무현 정권 때는 능력도 없는 사람을 코드에 맞다고 임명해 더 문제였다"(이한구 의원)는 논리도 편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등 문제점을 집중 부각해 공기업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검찰이 공기업 비리를 수사한 결과, 심각한 도덕적 해이 실태가 드러났다. 비리백화점을 보는 듯 하다"며 "공기업 부패를 근절하고 나라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선 공기업 개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 언론 장악 논란 : 野 장외투쟁 병행, 與 직접 대응 삼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논란 역시 핵심 현안이다. 야권은 직접적인 장외투쟁까지 병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논란의 확산을 경계하는 듯 직접 대응을 삼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5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규탄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언론장악 논란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장외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촛불문화제에?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직자, 당원 등 500여명이 참가했고 시민사회단체 회원 500여명도 합류했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부 여당이 언론장악 음모를 계속 추진한다면 민주당은 이를 분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정보전염병 얘기를 하자마자 법무부 장관이 사이버모욕죄 처벌 방침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검찰이 방송 내용과 KBS 정연주 사장을 수사하는 등 권력의 시녀 역할을 자임했다"고 비판했다.
촛불문화제에 앞서 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유재천 KBS 이사장을 항의방문, 정 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 여부를 따졌다. 정 사장과도 만나 원군이 될 것임을 다짐했다.
민주당이 장외로까지 나갔지만 한나라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입장을 밝히는 정도다. 24일 KBS 출신 의원들이 정 사장의 용단을 촉구한 데 이어 이날은 쇠고기 국정조사 때 MBC 관계자들의 증인 채택을 강력히 요구한 정도였다.
이는 한나라당이 정부의 언론대책과 관련한 논란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데 대해 일정하게 부담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KBS가 100% 공익성을 추구했는지 의문"(안경률 사무총장)이라는 데에서 볼 수 있듯 현 언론정책을 수정할 뜻은 없어 보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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