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된 1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 중 10ㆍ4 남북정상선언 지지 문구 삭제를 공식 요청,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관련 문구와 함께 빠진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오늘 오전 ARF 의장국인 싱가포르 외교부 차관을 만나 10ㆍ4 정상선언 관련 문구 삭제를 요청했다"며 "싱가포르 측은 그렇다면 금강산 관련 문구도 함께 빼자고 해 두 문구 모두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10ㆍ4 선언 부분은 ARF 회의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장성명에 담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삭제를 요청했다"며 "금강산 부분은 이미 효과를 봤으니 성명에서 빠져도 괜찮은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자회의 결과물인 의장 성명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은 국제무대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적지않아 파문이 일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10ㆍ4 선언 지지문구 삭제 요청은 북한의 6ㆍ15, 10ㆍ4 선언 인정 주장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두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이행 가능성을 언급했던 흐름과도 배치되고 있다.
ARF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조지 여 외무장관이 하루 전 발표한 의장 성명은 "참가국 장관들은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이 사건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장관들은 회담에서 작년 10월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10ㆍ4 선언을 주목하고 10ㆍ4 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의 지속적인 발전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금강산 부분은 남측, 10ㆍ4 선언은 북측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24일 10ㆍ4 선언 지지 문구가 의장성명에 담기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고, 의장성명이 나온 뒤 싱가포르 현지에서 긴급 회의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정부의 ARF 의장 성명 문구 삭제 요구가 "북한과의 외교전에서 밀렸다"는 비판 여론을 만회하기 위해 청와대 지시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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