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스러운 사람들이 지켜온 옹골진 마을이 있다. 달랑 두 그루의 연산홍으로 철쭉제를 열 수 있는 배짱 한번 두둑한 마을이다.
전남 보성의 득량만을 끼고 있는 강골마을이 그곳이다. 하룻밤 이 마을에 머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 남아있는, 살아있는 우리네 고향이다.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온 마을 돌담길은 담쟁이덩굴과 수북한 이끼가 뒤덮었다.
강골마을은 최근 SBS 주말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이효리 유재석 김수로 등이 ‘대숲의 대결’을 벌이고, 박예진이 맨손으로 토종닭을 잡던 그 마을이다.
3년 전 시작된 ‘두 그루 철쭉제’를 기획한 이는 득량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인 이정민(46)씨다. “굳이 높은 산에 올라가 수많은 꽃을 보아야만 철쭉제인가”라고 묻는 그는 “축제는 화려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쏠려다니는 축제문화 대신 작은 꽃 한 송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3회째였던 올해 4월의 축제 때는 40명의 손님이 마을의 축제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들을 맞은 공연단의 수는 그보다 더 많았다. 한옥 툇마루에서 백열등 조명 아래 인도음악 전문가가 생소한 음악을 연주하고, 스님의 대금 연주, 어머니합창단의 노래와 서편제 소리도 흥겨운 축제에 추임새를 넣었다.
손님과 공연단이 함께 어울려 시골집 마당에서 신나는 ‘난장’을 벌였다. 두 그루 뿐인 철쭉이 제대로 된 신명의 축제를 피워낸 것이다.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인 씨족마을이다. 현재 26가구가 삶을 일구고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은 숲이 우거지고 돌담에 가려진 채 자연 속에 숨어들어 있다.
임진왜란때 군량을 조달했다고 해서 득량이란 이름을 얻었고, 일제 때는 방조제 건설로 예당평야란 기름진 곡창을 갖게 된 곳이다. 작은 마을이지만 인물이 많이 나와 이곳에선 벼슬자랑, 머리자랑, 돈자랑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곳서 태어나 수학했고, 6선을 한 이중재 전 국회의원과 대를 이어 2선에 성공한 이종구 국회의원도 강골마을에 뿌리를 두고있다.
마을의 30여 채 되는 가옥 중 3채의 양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전통 한옥이다. 이 중 3채의 가옥과 1채의 정자는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집들은 전형적인 남도가옥 형태를 띠고 있다. 부농의 집에서 특히 중요시되는 것은 곡물이다.
곡식을 충분히 말릴 수 있도록 마당이 넓고, 많은 집들이 곳간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이식래 가옥’의 경우 안채와 사랑채는 초가지붕인데 반해 곳간과 장독의 대문간에는 기와를 얹고 있어 이채롭다.
마을 공동우물인 ‘소리샘’도 눈여겨볼 곳이다. 마을에서 가장 넓은 고택인 ‘이용욱 가’ 옆에 있는 우물이다. 원래 그 집 땅이었는데 마을사람들을 위해 우물을 파서 개방한 곳이다. 우물 바로 옆 담벼락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있다.
그 집에서 제사나 잔치 음식을 우물에 물 길러온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우물가에 서민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기 위해 열어놓은 창이다. 양반과 서민들의 소통의 창구인 셈이다.
짙은 녹음 우거진 고샅길을 돌아가 만나는 ‘열화정’은 마을 고택들 중 최고의 건축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담양의 소쇄원이 부럽지 않다. 보통의 정자는 멋진 경치를 바라보고 서 있는데, 열화정은 온통 대나무숲에 둘러싸여 있다. 경치를 보는 곳이 아니라 경치 속에 하나가 된 정자다.
강골마을은 전통마을이고 농촌체험마을이지만 여느 전통ㆍ농촌체험마을과는 다르다. 득량정보화마을 홈페이지(dr.invil.org)에 내건 체험 프로그램 제목은 ‘전통 한옥에서의 불편한 하룻밤’이다. 시골은 시골이지 눈요기거리가 아니라는 것. 촌놈은 촌놈다워야 하고 농촌은 농촌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민들이 온다고 편의시설 갖추다 보면 그 마을이 원래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는 이유다. 주민의 삶에 함께 끼여들어 서로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농촌체험이라는 것.
방문객들은 직접 군불도 때고 우물물로 등목도 해봐야 한다. 모깃불 피운 흙마당에 덕석 깔아 차린 밥상에 집 주인 식구들과 함께 밥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이정민 위원장은 “그냥 들러 남의 집안 기웃거리는 이는 내쫓아도, 살갑게 물 한 잔 청하는 이는 반긴다”고 했다.
아침 새소리에 눈 뜨고, 무공해 웰빙 식단에 배를 불리고, 외갓집에 온듯한 포근함에 가슴이 젖는 마을. 사람 사는 집에선 어김없이 처마에 둥지 튼 제비와,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두꺼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청정의 자연과 박제되지 않은 전통이 살아 꿈틀대는 마을이다.
1박2일 체험비는 성인 4만원, 어린이 3만7,000원. 고택에서의 잠자리와 저녁ㆍ아침 식사, 갯벌체험과 새벽녹차밭 기행이 포함된다. 홈페이지(dr.invil.org)를 통해 예약받는다. 하루 40명. (061)853-2885
보성=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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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성 차밭·율포 해수풀장, 푸르른 풍경의 파노라마
전남 보성은 차(茶)의 고장이다. 서편제 소리꾼이 넘나들었다는 고개 ‘봇재’는 온통 초록 융단의 물결이다. 급경사의 산능선을 타고 차밭의 선들이 이리 돌고 또 저리 돌고. 그 굽이가 장단을 타고 있다.
보성 차밭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관광명소. 하지만 그 웅장한 차밭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식상하지 않는다. 보성 사람들도 마음의 휴식을 찾으러 가는 곳이 봇재의 차밭이라고 했다.
새벽 안개 젖은 차밭을 거닐고 율포의 녹차탕에서 몸을 풀고는 녹차밭 입구에서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면 몸 속, 마음 속의 더위가 저만치 사라진다고 한다.
봇재 아래 회천의 율포는 보성이 자랑하는 해수욕장이자 항구다. 해송이 빼곡하다. 백사장 바로 옆에 2006년 조성된 꽤 넓은 풀장이 있다. 보성군이 직접 운영하는 해수풀장이다. 지하 120m에서 뿜어 올린 암반해수로 운영된다.
염소로 소독한 민물이 아니다보니 민감한 아이들 피부에도 무리가 없다. 81m 길이의 터널 튜브형 슬라이드에, 유수풀, 파도풀까지 갖추고 있는 워터파크다. 2,0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성수기(8월 17일까지)는 대인 2만원 소인 1만5,000원, 비수기는 대인 1만4,000원 소인 1만원. (061)853-4243
해수풀장 옆에는 역시 지하 120m의 암반해수를 이용한 해수녹차탕(061-853-4566)이 있다. 역시 보성군이 직접 운영한다. 바닷물에 녹차를 풀어 목욕을 하는 곳이다. 바다 쪽으로 통유리가 나 있어 목욕을 하면서 득량만을 바라볼 수 있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바로 옆 다비치콘도도 해수녹차탕을 갖추고 있다.
보성군의 윗자락 주암호변에는 독특한 사찰인 대원사가 있다. 10리 넘는 왕벚꽃나무 터널을 지나 만나는 예쁜 사찰이다.
사찰 입구에는 생뚱맞게도 티베트 박물관이 들어섰다. 주지 스님이 티베트 일대를 순례하며 수집한 불교미술품 500여점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연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연못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좌우 두 그루가 손을 맞잡은 사철나무를 만난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커다란 목탁이 이채롭다.
연꽃 문양의 연지문을 지나면 극락전이다. 마당에는 동자상이 꽤 많이 조각돼 있다. 빨간 모자를 쓴 이 동자상은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버림받은 낙태아들이 지장보살의 품에서 새로운 환생을 준비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대원사는 낙태아의 영혼을 천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는 사찰이다.
사찰 맨 위에는 음침한 연못을 끼고 있는 수관정(睡觀亭)이 있다. ‘잠(죽음)을 보는 정자’라는 뜻의 이곳에는 빈 관이 놓여있다. 잠시나마 관에 누워 죽음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대원사의 템플스테이는 ‘죽음 명상’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보성=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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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는 항구다… 그것도 아름다운 속살이 널린…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고 KTX가 내달리면서 목포가 많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행자들의 뇌리에 목포는 열차역과 선착장의 풍경으로만 기억되기 일쑤다.
목포를 통해 인근 영암이나 진도 해남 완도 신안 등으로 가는 여행길에 잠시 스쳐갔을 뿐, 목포의 참 아름다움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포에도 섬이 있다. 목포항의 자연방파제 역할을 하며 길게 누운 고하도를 비롯해 눌도 달리도 외달도 등 6개의 유인도와 7개의 무인도가 목포의 섬이다.
이 중 외달도는 ‘사랑의 섬’이라는 멋진 별칭을 지닌 아름다운 섬이다. ‘달리도 밖에 있는 섬’이란 뜻의 외달도는 동해 못지않은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닷물을 품고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 작은 섬이다.
좁은 오솔길이 정감 있고, 정성 들여 가꾼 꽃밭이 사랑스럽다. 특히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섬들을 바라보며 맞는 아름다운 노을은 이 섬을 찾은 연인들에게 로맨틱한 기운을 한층 불어넣는다.
외달도에는 보성의 율포 해수풀장처럼 썰물에도 상관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해수풀장이 있다. 선착장 인근 해수풀장의 규모는 2,600㎡. 수영장 앞에는 솔숲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넓고 깨끗하게 단장된 해수풀장의 입장료는 ‘0원’. 외달도를 오가는 뱃삯만 있으면 공짜로 해수풀장에서 물놀이를 맘껏 즐길 수 있어 목포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단 샤워이용료 1,000원과 외달도청년회가 운영하는 숙박텐트료(2만원)는 별도다.
썰물이 되면 해수풀장 바로 앞의 작은 백사장은 갯벌체험장이 된다. 물 빠진 갯벌에서 조개와 고동을 주우며 여름 추억을 하나 둘씩 만들어 갈 수 있다.
선착장에서 해상유료낚시터를 지나 외달도에서 제일 큰 백사장으로 가는 길. 이 섬에 딸린 부속섬인 별섬이 눈을 사로잡는다. 앙증맞은 별섬은 마치 제주 금릉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비양도의 느낌이다.
다도해 다른 섬들을 배경으로 이 작은 섬은 초록의 투구를 뒤집어썼고, 그 숲 위로 비죽 솟은 두 그루의 나무가 섬의 풍경에 눈맛을 더한다.
해수풀장에서 마을을 지나 10여분 걸으면 섬을 관통해 반대편 백사장에 이른다. 또 다른 선착장이 있는 이곳에는 2006년 문을 연 한옥민박(061-270-8700)이 있다.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데다 운치 있어 인기가 높다. 한옥민박 외에도 마을 20여 가구가 민박을 운영한다.
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운항하는 신진해운(061-244-0522)의 신진페리2호가 해수풀장 개장 이후부터는 오전 6시50분에 첫 출항하고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매시간 운항한다. 1인당 왕복 8,000원.
목포 하면 떠오르는 상징은 유달산과 삼학도 그리고 갓바위일 것이다.
갓바위는 목포의 수호신마냥 바다로 툭 불거져 나온 바위다. 두 사람이 나란히 삿갓을 쓰고있는 모습이다. 큰 바위는 8m 정도, 작은 것은 6m 가량 된다. 파도가 깎아내 만든 이 기묘한 바위는 전에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야만 볼 수 있었다.
목포시가 올해 4월 이곳에 해상보행교를 설치, 이제는 걸어서 갓바위의 멋진 모습을 쉽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보행교는 바닷물의 수위에 맞춰 높이가 조절된다.
밤에는 보행교에서 조명이 뿜어져나와 갓바위의 황홀한 밤이 연출된다. 불 밝힌 유달산과 고하도의 오색등과 함께 목포의 화려한 밤 풍경을 대표하는 명물로 태어났다. 해양유물전시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이 가까이 있다.
목포=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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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에서 해양스포츠 함께 즐겨요"
목포에서 해양스포츠의 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26일부터 4일간 목포시 평화광장 일원에서 열리는 제3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은 선수 및 동호인 3만여명이 찾는 대축제다. 요트, 핀수영, 비치발리볼, 철인3종, 카누 등 5개 공식 종목 경기가 열린다. 초ㆍ중ㆍ고교, 대학부 및 일반부 선수 약 5,000여명이 참가한다.
선수들이 참가하는 공식 종목 외에도 바다수영, 드래곤보트, 고무보트 등 이색 종목과 바나나보트, 플라잉 피쉬, 수상암벽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스포츠가 함께 진행된다. 일반인 체험종목은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신청하면 된다.
대회 기간 바다사진전, 전국우수마당극제전, 요트 및 윈드서핑 해상퍼레이드, 해양가요제, 아시아문화 페스티벌 등 각종 이벤트도 함께 열려 목포를 찾는 피서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이 끝나면 바로 ‘2008 목포해양문화축제’가 뒤를 잇는다. 8월 1일부터 5일간 평화광장 일원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목포평화공원 앞바다에 해상 주무대가 세워져 국내ㆍ외에서 초청된 다양한 문화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워터스크린을 이용한 레이저쇼 등도 연출된다. 한밤의 목포를 수놓을 ‘평화바다 해상 멀티미디어 불꽃쇼’는 생명의 바다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목포=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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