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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여행자 '한여름밤의 꿈'… 도깨비에 홀린 마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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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여행자 '한여름밤의 꿈'… 도깨비에 홀린 마카오

입력
2008.07.2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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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호우, 신상 러이 시.”(안녕하세요, 신사숙녀 여러분)

한국 배우가 전하는 서툰 광동어 인사에 마음을 연 덕분인지 관객들은 5분이 멀다 하고 큰 웃음을 터뜨렸고 간간이 섞인 광동어 대사엔 손뼉을 치고 발까지 구르며 반가워 했다. 놀랍도록 집중도가 높았던 객석의 분위기는 러닝타임 90분 내내 이어져 결국 공연은 관객 전원 기립으로 마무리됐다.

2002년 초연돼 영국 바비칸센터,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홍콩 아트 페스티벌 등에서 호평을 받은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 (연출 양정웅)이 또 한번 그 명성을 확인케 하는 해외 무대를 가졌다.

25, 26일 마카오 유일의 정부 운영 공연 시설인 마카오문화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 <한여름밤의 꿈> 은 개막 전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으며 2회 공연 모두 관객 전원 기립으로 끝났다.

대부분의 관객은 공연 이후에도 로비에 남아 배우들과 사진을 찍고 “브라보”를 외쳐 댔다. 마카오문화센터의 프로그래머 에릭 쿠옹 와 펀은 “마카오 관객에게 오늘 같은 기립 박수나 로비에서 보인 호응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라며 놀라워 했다.

이번 공연은 ‘현대적이고 독창성이 뛰어난 작품을 마카오 관객과 예술가들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로 마카오문화센터가 기획한 시즌 프로그램 중 한 편으로 초대된 것.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한국 연기자들의 강렬한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었다”는 게 쿠옹 와 펀의 말이다.

그 동안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이 축제 위주의 이벤트성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번 공연은 공연장의 정체성과 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택됐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한여름밤의 꿈> 해외 공연을 관리하는 아시아나우프러덕션의 최석규 프로듀서는 “공연 축제가 없는 시기에도 해외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공연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면서 자부심을 나타냈다.

관객들은 요정 대신 도깨비를 등장시키는 등 셰익스피어 원작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 에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화유산 경영을 전공하는 대학생 조지나 오거스토 데 소자(20)는 “<한여름밤의 꿈> 은 소설이나 다른 예술 장르로도 많이 접했지만 공감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관객과 잘 소통하는 작품은 처음”이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것은 공연 관계자들도 마찬가지.

홍콩 유명 극단 ‘시어터 앙상블’의 짐 침 슈이 맹 대표는 지난해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 초청된 이 작품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워 극단의 배우들을 모두 이끌고 마카오문화센터를 찾았다. 지난 4월 홍콩에서 자신들의 색채를 반영한 <한여름밤의 꿈> 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는 시어터 앙상블 관계자들은 연출가 양정웅씨에게 “좋은 작품에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침 슈이 맹 대표는 “언젠가 아시아의 여러 극단이 함께 모여 <한여름밤의 꿈> 을 공연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문화비평가 저우 판 푸는 “셰익스피어 원작과 한국 전통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현대적인 감성으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이번 공연을 평가했다.

어느덧 세계가 좁게 느껴질 정도로 종횡무진하는 한국 도깨비들의 해외 무대 공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극단 여행자는 30일~8월 3일 인도에서 <한여름밤의 꿈> 초청 공연을 갖는다.

마카오=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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