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매년 100억~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 도로에 3,700여대의 무인교통단속장비(단속기)를 설치ㆍ관리하고 있으나, 장소 선정과 고장 단속기 수리ㆍ점검 등 운용체계에 큰 구멍이 뚫려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와 경찰청에 따르면 2000년 965대에 불과했던 단속기가 지난해 말에는 3,727대로 4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 단속기 평균 대당가격이 3,5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7년간 966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셈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단속기가 설치돼야 할 사고 다발지역(연간 사고 30건 이상 발생) 238개 지점(2006년 말 현재)을 점검한 결과, 실제로 단속기가 세워진 곳은 8곳으로 설치율이 3.36%에 그쳤다고 예산정책처는 밝혔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사고 빈발지역을 선정해 도로구조 변경사업을 펼치는 국토해양부와 교통 단속을 관장하는 경찰청 사이에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대 신치현(도시교통공학) 교수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교통안전업무를 교통부에 일원화시켜 관리한다”며 “우리나라도 정부 기관간 정책적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관리기관을 일원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설치된 3,700여개의 단속기 관리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단속기 설치ㆍ관리 업체의 난립으로 부품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고장이 나도 부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상보증 기간인데도 업체에 단속기 정기검사 비용을 지급하는 등 예산 낭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LS산전과 현대정보 등 9개 제작업체가 서로 다른 방식의 단속기를 납품하는 바람에 고장이 날 경우 해당 업체가 나서야만 고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소한 고장으로 작동이 멈춰도 부품을 구하는데 시간을 낭비해 평균 수리 기간이 5.6일에 달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부실한 관리 체계 때문에 대당 가격이 3,500만원인 단속기가 전국에서 매일 24대는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이 지난해 단속기 유지보수비로 55억3,000만원이나 지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단속기에 대한 업체의 무상 유지ㆍ보수 기간이 2년인데도, 경찰청이 2년 이내 단속기에 대해서도 대당 150만원 가량의 정기검사비(2007년 6억원 내외로 추정)를 지급한 것은 잘못이라는 게 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이 유지보수비를 집행하면서 업체의 편의를 봐 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예산절감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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