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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硏 배경식 연구원 '올바르게 풀어쓴 백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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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硏 배경식 연구원 '올바르게 풀어쓴 백범일지'

입력
2008.07.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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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와 이승만은 평생의 정적이었을까? 김구는 왜 공산주의자를 싫어했을까? 왜 모든 <백범일지> 는 백범을 왕가의 후예로 기록하고 있을까?

10만원권 화폐의 도안인물로 선정된 백범 김구(1876~1949). 백범의 생애와 사상을 대중들에게 알린 <백범일지> 는 지금까지 80여종 이상이 나왔으나 민족 지도자로서 백범의 위상 때문에서인지 자서전 형식의 이 텍스트가 내포한 한계나 오류를 꿰뚫어 보는 책은 드물었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의 <올바르게 풀어쓴 백범일지> (너머북스)는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백범일지> 를 통찰, 백범에 대한 다면적인 해석을 시도한 책이다. 저자는 각종 오류를 시정한 새 번역에 58편의 ‘깊이 읽기’와 132개의 해설을 붙여 <백범일지> 행간읽기를 시도한다.

저자의 꼼꼼한 <백범일지> 읽기는 첫 문장부터 시작한다. 1947년의 국사원본에서 97년공개된 친필을 근거로 한 판본들(돌베개본, 학민사본, 역민사본 등)까지 백범의 가계를 설명하는 <백범일지> 의 첫 문장은 “우리는 안동 김씨 경순왕의 자손이다”로 시작한다.

반면 이 책은 “우리 선조는 안동 김씨로 김자점씨의 방계 후손이다. 김자점씨가 반역죄를 저질러 온 집안이 화를 입을 때…”로 시작한다.

이는 97년 공개된 친필에 근거한 것으로, 백범이 보여준 평민의식과 저항의식의 근거는 역적의 후손으로 신분을 숨기고 상놈으로 살면서 겪어야했던 차별의 경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순왕의 후손’이라는 가계설정은 1947년 이광수가 다듬은 <백범일지> 에서부터 비롯됐다.

이는 이광수가 자신의 친일행각을 은폐하기 위해 <백범일지> 윤문작업을 자청하며 백범을 항일영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백범일지> 의 친필원문이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판본들은 이광수의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옮겨 적었다는 것이다.

이승만과 김구가 평생 정적이었을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통념도 바로잡아준다. 책은 백범이 친필원문의 여백에 적어두었던 이승만의 옥중도서관 건립 에피소드에 주목하는데 김구는 서대문감옥 수감시절 이승만의 만든 옥중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을 읽은 뒤 “그런 책을 볼 때에는 책의 내용보다는 배알치 못한 이 박사의 얼굴을 보는듯 반갑고 무한한 느낌이 들었다”고 적는다.

이는 백범이 일지를 기록하던 1928~29년 무렵에는 이승만에 대한 동지적 감정과 존경심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임시정부의 분열문제를 다루면서 공산주의자로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냈던 이상룡에 대해서는 “자손들이 살부회(殺父會 : 공산주의자가 아닌 아버지를 공산주의자 자녀들이 살해하자는 모임)까지 조직했다”고 비판하면서도 미국에서 대통령 행세를 하다가 탄핵까지 당한 이승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은 부각시킨다.

안중근과 백범이 상대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흥미롭다. 백범은 청년시절 동학군 지도자를 그만두고 안중근의 부친 안태훈의 집에서 식객노릇을 했는데 백범은 안태훈의 장남 중근에 대해 “영기가 넘치고 군인들 가운데에서도 사격술이 으뜸이어서 날짐승과 들짐승을 백발백중으로 맞히는 재주가 있다”고 적고 있지만, 안중근은 자서전 <안응칠역사> 에서 백범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동학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안중근은 백범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거나, 부정적으로 보았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이밖에 백범이 고구려의 수도 지안(集安) 일대를 여행했는데도 고구려사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던 데 대해 저자는 백범이 만주를 여행했을 당시에는 아직 한국인에게는 광개토왕비 발견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 연구위원은 “백범을 영웅화하고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백범을 올바르게 풀어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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