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최초의 흑백 대결로 펼쳐지고 있는 대선이 26일이면 꼭 100일을 남겨두게 된다. 11월4일 미 유권자들은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 중 최후의 승자를 결정하게 되지만 현재의 종합적인 판세는 섣부른 예측을 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흑인 대통령의 꿈을 실현시켜가고 있는 오바마 의원은 지난달초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각종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줄곧 매케인 의원에 앞서고 있으나 그렇다고 지지율 격차를 10%포인트 이상으로 벌리지 못하고 있어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일찌감치 결정된 이후 점차 전통적 보수층의 지지를 규합해 가고 있는 매케인 의원이 71세라는 고령에도 불구, 만만치 않은 추격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CBS-뉴욕타임스, abc-워싱턴포스트, 뉴스위크, 퀴니피액대 등 5개 조사를 종합ㆍ분석해 지난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는 47%의 지지율로 매케인(41%)을 6%포인트 앞섰다. 갤럽이 22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오바마 47%, 매케인 41%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라스무센 리포트가 22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오바마 43%, 매케인 42%로 미 대선전은 실로 박빙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일 실시되는 라스무센 리포트의 경우, 12일과 13일 연 이틀 오바마 의원과 매케인 의원의 지지율이 똑같이 43% 동률을 기록함으로써 오바마 의원 진영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오바마 의원이 자신의 ‘변화’주장에 실질적인 내용을 채우지 못하거나, 안보ㆍ외교 분야에서의 미숙함이 노출되거나 할 경우엔 언제든 전세가 역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이런 혼전 상태에서는 두 후보 진영의 말 실수 등 크지 않은 변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의원은 대선 후보 확정 이후 ‘영장없는 도청 허용’문제 등에서 정책노선을 좌에서 우로 조정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지지율이 다소 주춤하기는 했으나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다시 탄력을 회복해가고 있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패배 원인이기도 했던 안보ㆍ외교 분야에서의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반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형편없는 인기에 경제위기까지 겹치는 등 부시 행정부의 부정적인 유산을 안고 싸울 수 밖에 없는 매케인 의원은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느냐 여부에 대선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침체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경제 문제가 미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나 오바마, 매케인 의원 모두 경제문제 해결에 그다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라크전, 북핵 문제 등 안보 이슈가 전면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등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러 있는 양당의 러닝메이트 구도도 대선 향배를 가를 수 있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민주당은 8월말에, 공화당은 9월초에 각각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를 공식 지명한 뒤 본격적인 대선전에 돌입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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