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역발전정책을 보면 실용정부의 실용이 이런 것이었던가 하고 의아해진다. 한마디로 실용이 원칙이나 철학을 고수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잘 들어맞는 정책을 택하는 임기응변을 말하는 듯하다. 지역발전정책에서도 그 실용은 빛을 크게 발했다. 국가경쟁력, 경쟁, 선택과 집중 등과 같은 원칙은 뒷전이고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나눠먹기식 지역발전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 정부 정책에 일부 덧칠하기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10개 혁신도시, 7개 기업도시 등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과 수도권의 기업ㆍ연구소ㆍ대학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는 정책이 포함되었다. 또한 수도권 규제는 지방의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정책과 구별되는 것이 있다면 7개 광역경제권과 4대 초광역개발권 등 실체가 모호한 광역권을 지정하여 지역 발전의 견인차로 삼는다는 점일 것이다.
지역발전정책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가자원의 낭비가 우려된다. 정부는 7조 6,000억원의 균형발전 특별회계를 2010년부터는 9조원 내외의 지역 광역발전특별회계로 확대ㆍ개편한다고 발표했다. 막대한 재원이 국가경쟁력 제고보다는 분배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세계화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도시나 지역의 경쟁력으로 변화된 상황에서 그 역할을 맡을 주체를 부각시키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그 결과 국가경쟁력 후퇴가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정책 발표과정에서 입은 가장 큰 손실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상실일 것이다. 대북정책과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면, 지역발전정책 발표로 그나마 남아 있던 신뢰마저 저버린 것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의외로 간단하다. 원칙과 철학에 충실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선 지역발전정책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내려 주어야 한다. 실용정부의 행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대통령이 전권을 행사하는 국정운영방식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중앙의 조정보다는 지방들 간의 경쟁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시대다.
둘째, 국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성장의 축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험에서 드러났듯이 그 축은 당연히 기존 대도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혁신도시니 기업도시 등과 같은 나눠먹기식 신도시 프로젝트보다는 대도시의 기능을 증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축에는 서울도 포함되어야 하며, 따라서 수도권 규제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자신감 회복이 문제
끝으로, 뒤처진 지역에 대한 지원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반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 등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해주면 된다. 굳이 입지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지역에까지 비효율을 감수하면서 기업을 이전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광우병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현 정부가 당황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역발전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평상심을 갖고 추진된 정책이라면 당연히 그 골격은 실용정부의 것이고 참여정부 정책수단 중 일부가 가미된 형태였을 것이다. 그러나 발표된 정책은 참여정부의 골격에 실용정부의 수단이 일부 가미된 것이어서 놀라울 뿐이다. 잃어버린 대통령의 자신감과 국민의 신뢰가 언제쯤 되살아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김성배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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