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 4대 원칙과 일정을 확정했다. 경쟁여건이 형성된 분야는 민영화하고, 업무가 유사ㆍ중복되는 부문은 통폐합하며, 여건 변화로 역할이 달라진 것은 기능을 재조정하고, 모든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원칙의 골자다. 이 원칙에 따라 내달 중순까지 300여 개 공공기관의 개혁 방향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8월 말 최종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일정이다.
액면만 보면 별로 흠잡을 게 없다. “공기업을 일방적으로 매각 혹은 통폐합하기보다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이해된다. 하지만 공기업 개혁의 역사를 되돌아보거나 날마다 터져 나오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실태를 보면, 이 같은 책상머리 원칙과 일정으로 뭘 선진화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특히 산하 공공기관과 공생관계인 각 부처에 개혁 실행계획 수립권을 넘겨준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감사원이 엊그제 지적한 것만 봐도, 도로공사는 지난해 법적 근거나 수익성이 불투명한 자회사를 설립해 자사출신 인사를 사장에 앉혔고 주택이 있는 직원 40명에게 전세보증금 25억원을 부당 지원했다. 철도공사는 직원들이 최근 3년간 140억원 대의 무임승차를 일삼는 것을 묵인하고, 한글날ㆍ노조창립일도 임의로 유급휴일로 처리해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했다.
이밖에 29개 공기업은 지난해 경영평가 성과금을 임금에 포함시키는 편법으로 454억원의 퇴직금을 과다 지급했다. 또 수출보험공사 직원들은 유흥비로 돈을 쓰고도 업무 협의용이라고 허위 보고하고 고객업체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런 사례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지난해 4월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이 시행되고 개별 기관들이 쇄신을 약속한 이후에도 부당ㆍ편법 행위가 계속된 까닭이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을 작은 정부론의 핵심으로 삼은 것도 그런 연유일 텐데, 정치상황이 나쁘다고 노골적으로 꼬리를 내리니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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