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강원 양구군에서 30대 남성이 이유없이 휘두른 흉기에 여고생이 숨진 데 이어 22일 강원 동해시청에서 무고한 공무원 1명이 희생되는 등 곳곳에서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묻지마 범죄는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
■ 흉포화 하는 묻지마 범죄
“세상이 싫다”며 관공서에 침입해 여공무원을 살해한 최모(36)씨처럼 묻지마 범죄에서는 돈, 원한과 같은 뚜렷한 범행 동기를 찾을 수 없다. 사소한 불만이 우발적으로 과도한 폭력을 낳기도 하고, 사회 양극화로 인한 누적된 소외감과 불만이 무차별 테러로 표출되기도 하는 등 범죄유발 요인이 다양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김모(49)는 두 달 전 길에서 김모(29ㆍ중국집 배달원)씨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과 옆구리 등을 찔리는 끔찍한 사건을 겪었다. 평소 부유층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범인은 부자처럼 보이는 김씨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100여m나 쫓아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21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퇴근 하던 박모(26ㆍ여)씨도 의자에 앉아있다가 날벼락을 당했다. 곁에 서있던 박모(52ㆍ무직)씨가 갑자기 길이 1m가 넘는 등산용 지팡이로 머리를 3,4차례 내리쳐 측두부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간 것. 경찰은 “박씨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왜 때렸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범죄동기별로 집계한 범죄발생 현황(표 참조)에 따르면 지난해 우발적 범죄와 현실불만 범죄는 각각 38만6,442명, 1만2,470명으로, 2006년에 비해 9.9%, 10.5%나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더욱이 최근 묻지마 범죄가 과거처럼 단순한 폭행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흉악한 범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예방 시스템 마련 절실
묻지마 범죄는 사회 양극화가 주요한 토양을 제공하는 일종의 선진국형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또 동해시청 공무원을 살해한 최씨의 경우 지난해 아무 이유없이 건물에 불을 질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는 등 묻지마 범죄의 상당수가 재범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노력과 더불어 범죄 예방 및 체계적인 범죄자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보호관찰 대상을 성범죄자 등에 한정하는데,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재범 가능성이 있는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정신치료 등 폭넓게 운용하고 있다”면서 “보호관찰 제도를 복지제도와 연계해 범죄재발 방지 시스템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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