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주위에 있으면 말을 조심하라.”,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발견하면 긴장하라.”
청와대 직원들이 최근 교육 받은 ‘정보 보안 지침’의 일부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주부터 청와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안 교육을 하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최첨단 기술에 맞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교육 내용은 실제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우선 “무리에 섞여 있지 않은 외톨이 비둘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청 장치가 부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23일 “비둘기는 저녁이 되면 꼭 둥지로 돌아가는 습성이 있어 도청에 자주 이용된다고 한다”며 “‘밤 말은 쥐가,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말이 실제 상황인 셈”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정원을 날아 다니는 잠자리도 경계 대상이다. 카메라와 오디오, 정보 송신 장치 등을 갖춘 잠자리 모양의 ‘로봇 정찰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선 곤충이나 작은 동물 모양으로 위장한 초소형 로봇들이 개발됐다.
“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주는 시계, 거울 등 기념품은 절대 받지 말라”는 지침도 있다. 가격이 얼마 안 돼 무심코 받을 수 있지만, 도정 장치나 몰래 카메라가 내장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정원은 또 “건물 안이라고 해서 방심하지 말라”고 교육했다. 청와대 건물 안에서 직원들이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때 나오는 전자파를 건물 밖에서 수집, 분석하면 그 문서의 내용을 거의 100% 알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교육장에서 이 장면을 시연했다. 한 직원은 “세상에 안전한 곳이란 없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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